이효석문학상 62

최종심 진출작 ④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

엄마도 아내도 아닌 오로지 '나'로 존재한다 남달랐던 1933년생 최유정 주체적인 삶 모습 보여줘 "인생 다룬 성숙한 소설“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7 17:05:45 수정 : 2021.07.27 19:07:39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이전 세대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가졌던 적이 드물었다. 누구 엄마, 어디 댁, 누구 아내 등 타인과 관계 속에서 정의되곤 했다.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여든두 살의 여성 '최유정'을, 그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 그대로 소리 내어 불러준다. 개인으로 호명된 유정의 오색찬란한 삶은 꽃으로 피어나 독자에게 가닿는다. 1933년생 최유정은 젊은 시절부터 남달랐다. 희생과 자애라는 동시대 여성의 덕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이효석문학상 2021.07.28

최종심 진출작 ③ 박솔뫼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어긋난대로 살아가는 존재들…어려운데도 묘하게 끌리네 감정에 확신 못하는 주인공 체념에 익숙, 매달리지 않아 기존 문법·서사 전복시켜 이향휘 기자 입력 : 2021.07.26 17:08:19 수정 : 2021.07.26 17:57:59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주인공 '서원이'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콧물까지 흘때도 있다. 소설도 콧물에서 시작한다. 추울 때 코에서 나오는 물이 얼굴을 차갑게 하는 어느 겨울날, 반팔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 그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준다. '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천사는 천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서원이는 생각한다. 코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다가 작년 여름부터 일어났던 일을 되짚는다. 서원이는 두 번이나 결혼한 전력이 있는 나이 많은 기정이에게 사랑을 달라고 했다. 소설..

이효석문학상 2021.07.27

최종심 진출작 ②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우리 삶의 일부분 장애인·성소수자인 주인공 거절 당해도 사랑하며 베풀어 이기적인 현세태에 희망 제시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5 16:10:46 수정 : 2021.07.25 16:21:44 최종심 진출작 ②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살면서 종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만날 때가 있다. 간이라도 내어줄 듯이 늘 베풀기만 해서, 적당히 위선적이고 적당히 계산적인 요즘 사회엔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말이다. 표준적인 현대 한국인인 우린 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그들처럼 되거나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건 망설이곤 한다.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따스한 시선을 건넨다. 주인공 '체'는..

이효석문학상 2021.07.26

최종심 진출작① 김경욱 `타인의 삶`

'줄자'와 '샛길' 사이…아버지와 아들이 만난다 최종심 진출작① 김경욱 `타인의 삶` 재단사 아버지와 소설가 아들 극도로 달랐던 둘의 삶 마지막엔 어느새 닮아있어 이향휘 기자 입력 : 2021.07.22 17:03:57 수정 : 2021.07.22 19:14:31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형은, 네 형은?" 아버지가 귓속에 마지막으로 흘린 유언은 장남인 화자를 혼돈에 빠뜨린다. 가족 모르게 숨겨둔 형이 있었던가, 아니면 남동생과 나를 착각한 것인가. 양복장이였던 아버지는 "목에 걸치고 있던 줄자처럼 정확한 삶"을 산 분이었다. 흐트러진 신발 한 짝도 견디지 못하는 깐깐하고 꼿꼿한 인생. "샛길 하나 없이 곧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엄청난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일까. 화자는 소설가답게 추리와 ..

이효석문학상 2021.07.23

2021년 제22회 이효석문학상

코로나·부동산·젠더…개인의 삶 파고든 시대의 고통 인간관계·내면 깊은 성찰 여성서사도 여전히 강세 예심통과 단편소설 16편중 타인의 삶` 등 6편 압축 작가 20~70대까지 다양 대상 3000만원…8월 발표 9월 평창서 시상식 개최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2 17:04:48 수정 : 2021.07.22 21:40:58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문학은 더욱 호출된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공동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독자는 존재와 세계에 대한 문학의 고민과 성찰을 들여다보며 그 실마리를 찾곤 한다. 한국문학의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들을 가리켜 온 이효석문학상이 올해 스물 두 번째 등댓불을 밝힌다. 한 해 동안 경이로운..

이효석문학상 2021.07.23

최종심 진출작 ⑥ 최진영'유진'

밀폐된 기억을 열자 그 안에 내가 있었다 생일날 들은 동명 언니의 부음 시차 두고 연결된 두 `유진의 삶` 젊은 세대 무력감 섬세히 그려 독특한 각주 구성 실험도 눈길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8.05 16:56:39 ◆ 제21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작 ⑥ 최진영 `유진` ◆ 타인이 `나`의 실존에 필수적이라는 문장은 한 철학자의 것이다. 자아를 구성하는 질료가 타인이란 의미다. 그러나 삶이란 연속적이지 않고 의외로 단절적이어서, 한 시절이 흐르면 그 시절 동행했던 상대와의 기억을 잊는 순간이 오곤 한다. 최진영 `유진`은 바로 그런 사람과의 `밀폐된 기억`을 여는 이야기다. 누구나 하나쯤 있을 법한 `그런 사람`을 향해 나지막한 음성으로 쓴 소설이다. 화자 `나`는 이름이 같은 언니 유..

이효석문학상 2020.08.06

최종심 진출작 ⑤최 윤 '소유의 문법'

나의 삶이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마음 아픈 딸을 양육하는 `나` 은사 `P`의 권유로 떠난 시골 소유를 둘러싼 인간의 속성 치밀하고 세심한 묘사 돋보여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8.04 16:33:18 수정 : 2020.08.04 19:58:11 ◆ 제21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작 ⑤ 최윤 `소유의 문법` ◆ 소유의 결정적 조건은 지배가 아닐까. 통제와 예속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그것은 완전한 소유를 정의한다. 그러나 지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점유라는 개념으로 대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나의 것이 아닐지라도 나의 것처럼 느낄 수는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의 것`으로 온전히 소유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삶은 결코 지배되지 않고 오직 경험되기..

이효석문학상 2020.08.06

최종심 진출작 ④신주희 '햄의 기원'

고통을 선택하는 사람들…그 배후자는 `예술` `죽음`마저 예술로 활용해버린 젊은 예술가 고뇌의 선택… 삶과 예술은 양립할수 있을까 예술의 본질을 파헤친 수작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8.03 16:34:38 수정 : 2020.08.04 12:35:37 ◆ 제21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작 ④ 신주희 `햄의 기원` ◆ 고통의 체험에 능동적인 사람들이 있다. 저들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고통이 양산하는 불행 안에 자기 삶을 가둔다. 즐거워서가 아니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음, 그 불가피성만이 예술에 항구적 조건인지도 모른다. 신주희 `햄의 기원`은 예술의 불가피성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예술가 소설이다. 죽음마저 "작업의 한 가지 형식"으로 활용하는 예술가를 그렸다. `나`의 ..

이효석문학상 2020.08.06

최종심 진출작 ③박상영'동경 너머 하와이'

냉소와 미소 사이로 흔들리는 세개의 눈빛 도망치거나 추방되는 두 남자 그 사이에 선 젊은 `나`의 실존 소수자 문학의 경지 이룬 수작 이상향을 향해가는 인간 탐색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8.02 17:09:28 ◆ 제21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작 ③ 박상영 `동경 너머 하와이` ◆ 계산되지 못하는 생(生)들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다. 탈루와 횡령으로 50억원을 추징당했으면서도 벤츠 S클래스를 신차로 뽑고 플라자호텔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5만원을 거스름돈 없이 내고 나오는 `아빠`와 피 묻은 알코올솜과 일회용 주사기가 널부러진, `보증금 이백`에 `월세 이백`짜리 방에서 살다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 `애인 원모`, 저 둘을 바라보는 화자 `나`의 생생한 서사가 시작된다. 상실돼가는 두 남자를..

이효석문학상 2020.08.06

최종심 진출작 ②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

여성이 떠나간 자리…늘 슬픈 냄새가 났다 후암동 적산가옥 배경으로 `유년의 슬픔` 돌아보는 작품 불우한 기억, 왜 여성 몫일까 탄탄한 취재와 집필 돋보여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7.30 17:05:36 수정 : 2020.07.30 17:08:04 ◆제21회 이효석문학상/최종심진출작 ②박민정` 신세이다이가옥`◆ 기억의 내부를 채우는 질료는 다름 아닌 냄새다. `그 냄새`는 `그때`의 `그곳`으로 우리를 재위치시킨다. 냄새는 시간도 공간도 거스르는 기억의 본질이다. 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은 유년 시절 후암동 적산가옥, 저 오래된 옛집 쇠그릇에서 나던 비리한 냄새로, 유년의 슬픔을 되짚는 아픈 이야기다. 입양, 여성, 흔적, 소외, 거주라는 다채로운 지층으로 삶의 정면을 들여다본다. 프랑스 입양아..

이효석문학상 202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