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최종심 진출작 ②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메밀꽃 필 무렵 2021. 7. 26. 15:45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우리 삶의 일부분

 

장애인·성소수자인 주인공
거절 당해도 사랑하며 베풀어
이기적인 현세태에 희망 제시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5 16:10:46   수정 : 2021.07.25 16:21:44

 

최종심 진출작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22회 이효석 문학상

 

 

살면서 종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만날 때가 있다. 간이라도 내어줄 듯이 늘 베풀기만 해서, 적당히 위선적이고 적당히 계산적인 요즘 사회엔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말이다. 표준적인 현대 한국인인 우린 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그들처럼 되거나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건 망설이곤 한다.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따스한 시선을 건넨다.

주인공 ''는 사람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자기에게 우호적으로 만드는 걸 즐긴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며 사람들의 빈 잔을 채워주는가 하면, 모임 때마다 고부라진 손으로 카드를 꺼내 밥값과 술값을 계산한다. ''가 체와 함께 학교 안을 걸을 때면 인사가 쏟아져 적어도 서너 번은 멈춰 서야 했을 정도다. 좋아함은 딱 거기까지. 사람들은 체에게 친근히 대하지만 자신들 집단 안으로 들이는 데는 주저한다. 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혀는 반쯤 벌어진 입안에서 뭔가에 붙들린 듯 곧추서 있어 발음이 제대로 안 나온다. "자알 지앴어(잘 지냈어)?" "여버서여(여보세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처음엔 놀라고 경계하다 그다음엔 지나치게 배려한다.


가깝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는 않은 거리는 체와 '' 사이에서도 유지된다. 체는 천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앙헬'로 나를 부르고, 나는 체가 술에 취하면 가장 먼저 그를 챙겨줄 만큼 가깝다. 한없이 미소할 줄 알았던 둘의 거리는 여자인 체가 여자인 앙헬에게 결혼하자고 말하면서 비로소 측정된다. "예술과 신 그 두 가지에 관해 끝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기를 원하고, 섹스는 상관없다"고 청혼하는 체에게 앙헬은 "아니, 난 그것도 중요해요"라고 답하며 거절한다.

그럼에도 체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는 걸 멈추지 않는다. "멀리, 크게 보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동기에서다. 동아리에서 씨 뿌리기 활동을 하면서도 똑같다. 수확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어디에 심었는지도 기록하지 않는다. 그저 장뇌삼 씨앗이 발아해 산삼이 될 때쯤이면 기술의 발전으로 장애인도 마음껏 운전하고 바다에서 서핑할 수 있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작품은 산비탈에 서 있는 메마르고 병든 나무 한 그루를 그리며 끝난다. 꽈배기처럼 몸이 뒤틀렸고, 속살은 검게 썩었지만 가지에 달린 잎만은 풍성하고 꿀을 바른 듯 윤이 나 있다. 독자는 체를 그 위에 겹쳐 두고 보며 희망적 미래를 예감한다.

 

윤대녕 소설가는 "''와 같이 이타적인 인간형은 분명 우리 삶에 존재하는 단면들"이라며 "잘 구조화하고 매력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오정희 소설가는 "흔히 갖는 편견에서 벗어나 가까운 거리에서 장애인에 대해 썼다""앙헬의 미묘한 심리에 대한 표현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다만 예수의 일화를 담은 소설 첫머리가 이후 내용과 연결성이 부족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멜라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에 단편 '홍이'로 등단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 등을 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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