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최종심 진출작 ⑤최 윤 '소유의 문법'

메밀꽃 필 무렵 2020. 8. 6. 13:01

나의 삶이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마음 아픈 딸을 양육하는 ``

은사 `P`의 권유로 떠난 시골

 

소유를 둘러싼 인간의 속성

치밀하고 세심한 묘사 돋보여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8.04 16:33:18 수정 : 2020.08.04 19:58:11

 

 

 

21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작 최윤 `소유의 문법`

소유의 결정적 조건은 지배가 아닐까. 통제와 예속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그것은 완전한 소유를 정의한다. 그러나 지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점유라는 개념으로 대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나의 것이 아닐지라도 나의 것처럼 느낄 수는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의 것`으로 온전히 소유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 자신이다. 삶은 결코 지배되지 않고 오직 경험되기 때문이다.

 

최윤 `소유의 문법`은 지배되지 않는 인생을 소유 개념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마음이 아픈 딸을 양육하는 ``는 은사 P의 권유로 첩첩산중 시골마을 은사 소유 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두려움을 `감염`시킬 정도로 고함을 지르는 딸의 치료를 위해서였다. 와서 보니 마을 주민들이 이상하다. P의 저택 소유권을 P의 다른 제자 장에게 이전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하라고 압력을 가해서다.

 

P의 선물 같은 호의로 P의 저택에 살았음에도, 장이 소유권 소송을 제기한 것. 탄원서는 황당하다. `3년째 거주하고 있는 장에게 아래에 명시된 가격으로 집을 양도하기로 구두로 약속한 것을 모두 들었고.` 이해관계에 얽힌 주민들은 장을 따른다. "장 선생이 이 집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주민들끼리 이 정도 못 해줍니까. 이렇게 한 계곡에 모여 살게 된 것도 귀한 인연 아닙니까."

 

근거도 없이 P를 험담하는 주민들과 장, 말도 안 되는 소유권 소송 이면에서 가진 것 없는 ``가 소유하는 건 온전한 불행뿐이다. 따지고 보면 삶은 처음부터 그의 것이 아니었다. 미대를 다녔지만 기울어진 형편에 목공 기술을 익혀 의자를 팔았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화가였던 아내도 삽화가로 밥벌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삶은 늘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걸까.

 

그런 점에서 자신마저 혼절할 듯 두려워지는 딸의 비명은 `삶이 만들어낸 비명(悲鳴)`이 된다. 불확실한 생의 행로, 딸의 비명은 실은 ``와 아내의 슬픔을 대신하는 음가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때는 고성이 동아()의 몸을 떠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저 애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저 애는 누구에게 저렇게 전언을 보내나. 동아의 절실한 전언은 수신자에게 닿기는 하는 걸까."

 

소유라는 의식조차 없는 순수한 소유를 제안하는 작가의 답이 감지된다. ``는 딸이 주워온 조약돌, 이파리, 씨앗에 주목한다. "동아가 숲속이나 산책길에서 그날 주운 물건에 집중하는 시간 나는 나무들을 유심히 살핀다." 통제도 예속도 없이 사물에만 집중하는 시간 말이다. 작품은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고, 가장 먼저 최종심에 올랐다. , 어딘지 모를 익숙함이라는 일부 단점도 언급됐다.

 

오정희 소설가는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품위가 탁월하게 그려진 작품, 게다가 모범적인 글쓰기로 굉장히 안도감을 갖고 읽을 수 있는 수작"이라며 "인간의 속성을 정확히 짚었다", 정여울 평론가는 "발달장애 아이에 관한 아픔과 그것에의 치유, 외딴 산골에 간 아이 행동의 세밀한 묘사, 세속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치말하게 그려졌다. 울림이 큰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