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62

최종심 진출작 ⑥ 김지연 '포기'

[2022이효석문학상] 평범함으로부터 멀어지는 우리들에 대하여 번듯한 집·매년 해외여행… MZ세대에게 평범함이란 절대 평범한 일 아니다 김유태 기자 입력 : 2022.08.10 17:26:29 수정 : 2022.08.10 17:27:36 ◆ 제23회 이효석 문학상 여기는 양꼬치집. 미선 앞에서 맥주 세 병을 연거푸 마신 호두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거기 민재 있어요? 왜 없어요?" 호두는 민재에게 2000만원을 빌려줬다. 전화기를 꺼두고, 가끔 미선에게만 연락을 하는 민재. 호두에겐 민재가 '고동'이란 곳에 있다는 알쏭달쏭한 힌트만 남겨졌다. 민재는 지인에게서 몇십만 원부터 100만원, 200만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꾼 뒤 도망쳤다. 호두는 지금 고동이란 지명이 들어간 모든 곳에 전화를 돌리고 있다..

이효석문학상 2022.08.14

최종심 진출작 ⑤ 위수정 '아무도'

[2022 이효석문학상] 사랑 앞에서 감각에 속는 나약한 인간군상 불륜으로 이사하는 희진 통해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사유 김유태 기자 입력 : 2022.08.09 17:20:55 수정 : 2022.08.10 13:38:19 ◆ 제23회 이효석 문학상 사랑은 이제 낡은 이야기일까. 새 사랑이 발명될 때마다 우리는 그 서사의 끝을 궁금해한다. 위수정의 단편 '아무도'는 낡은 불륜의 서사를 낡지 않은 시선으로 풀어간다. 주인공은 희진. 그는 햇볕이 잘 드는 원룸을 구해 이사를 나가는 중이다. 남편 수형과의 별거. 귀책사유는 희진의 불륜 때문이었다. 희진은 자주 '그'를 생각한다. '그'와의 대화들, 말할 때의 표정, 체온 같은 것들. 희진은 또 생각한다. '어떤 마음은 없는 듯 죽이고 사는 게 어른인 걸까.'..

이효석문학상 2022.08.14

최종심 진출작 ④ 이주혜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2022 이효석문학상]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 격리의 밤이 시작됐다 장어구이집서 만난 삼총사 코로나19 양성통보에 분열 고립은 정말 질병 때문일까 ● 김유태 기자 입력 : 2022.08.07 16:30:33 수정 : 2022.08.07 19:02:45 ◆ 제23회 이효석 문학상 지원, 수라, 미예가 파주의 장어구이집에서 만난다. 이틀 뒤 오전, 수라에게서 걸려온 전화. 방금 남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 통보를 받았다는 다급한 목소리다. PCR 검사 결과 미예와 미예의 아들이 양성, 지원네는 그나마 음성이다. 지원 남편과 아이는 시댁으로 피신하고, 밀접접촉자인 지원은 격리된다. 아직 체온은 37.4도. '격리의 밤'이 시작됐다. 이주혜 단편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전염병 확산을 다룬 작..

이효석문학상 2022.08.08

최종심 진출작 ③ 김멜라 '제 꿈 꾸세요'

[2022 이효석문학상] 죽음을 15초 남겼을 때, 녀석이 나타나 노래를 불렀다 가이드가 망자 여행 이끄는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 맑고 귀여운 상상력 돋보여 김유태 기자 입력 : 2022.07.31 16:55:16 수정 : 2022.07.31 16:55:57 ◆ 제23회 이효석 문학상 죽은 사람은 사후 며칠 뒤 지인의 꿈에 나온다고들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다시 보지 못하리란 간절한 그리움이 무의식 속의 망자를 호명해낸 결과이겠지만, 김멜라는 이 낭설에 귀여운 상상력을 덧댔다. 단편 '제 꿈 꾸세요'는 사후 세계 망자들의 여행을 다룬다. 혼자 살던 30대 무직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방금 죽었다. 수면제를 삼키고 사흘 만에 깨어났지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며 급히 먹은 '..

이효석문학상 2022.08.06

최종심 진출작 ②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2022 이효석문학상] 자기만의 온기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위가 사준 앵무새 한마리 평온한 일상 뒤흔들어 타인과의 조화에 대한 사유 김유태 기자입력 : 2022.07.26 17:19:50 수정 : 2022.07.26 18:39:21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삶에 지쳐 자주 잊고 살지만, 모든 존재는 온기를 필요로 한다. 백수린(사진) 단편 '아주 환한 날들'은 이 자명한 진리를 일깨운다. 혼자 사는 옥미의 이야기다. 그녀는 6년째 매일, 매주, 매달 정한 일과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반복해왔다. '월요일엔 화장실, 화요일엔 베란다, 수요일엔 냉장고….' 이런 규칙에 맞춰 집 안을 청소했고, 오후 외출이 끝나면 저녁식사를, 이어 설거지까지 마친 뒤 천변에서 1만보를 걷고 연속극을 보다 잠자리에 들었..

이효석문학상 2022.08.06

최종심 진출작 ①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

[2022 이효석문학상] 모녀의 애증 사이로 스며나오는 생의 진물 한센병이었던 한 여성과 그녀가 고아원에 맡긴 딸 두 사람, 화해는 가능할까 ⁕김유태 기자입력 : 2022.07.24 17:08:37 수정 : 2022.07.25 11:19:53 ◆ 제23회 이효석 문학상 그녀는 한센병이었다. 남편과는 한센인 수용소, 정확히는 섬 안 교회에서 만났다. 사실, 그녀에겐 두 번째 혼인이었다. 발병을 처음 알았을 때 그녀의 전남편은 극약을 건네며 말했다. "조용히 죽으라." 그녀는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일생을 죄의식 속에 살았다. 시간이 지나 그녀의 손녀, 화자인 '나'가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엄마는 외조모가 섬 안에서 결혼해 낳은 딸이다. 외조모는, 그리고 엄마는 어떤 삶을 걸어왔을까. 정한아 작..

이효석문학상 2022.08.06

[2022 이효석문학상] 1차독회

[2022 이효석문학상]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이 시대의 자화상… 최고의 소설은? 전염병·부동산·청년실업 등우울한 현실 소설 속으로… 최종심 6명 모두 여성작가" 일부작품 진부한 설정" 평가도 대상 3000만원…9월 시상식최종 결과는 8월 중순 발표 ⁕김유태 기자 ⁕입력 : 2022.07.24 17:08:44 ⁕수정 : 2022.07.25 11:19:4 ◆ 제23회 이효석 문학상 ◆ 이효석문학상 제1차 독회에 참석한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소설가 편혜영·구효서·오정희(심사위원장), 문학평론가 김동식 인하대 교수·이경재 숭실대 교수. [이충우 기자] 소금 뿌린 듯 흐드러지게 펼쳐질, 봉평 메밀꽃밭의 올해 주인공은 누굴까.이효석문학상이 올해 23회째를 맞아 힘차게 출발했다. 이효석문학상은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문학상 2022.08.06

최종심 진출작 ⑥ 최진영 '차고 뜨거운'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벗어나려 애쓰는 딸 엄마의 상처 대물림 끊고 다른 삶을 다짐하는 딸 "냉혹하고 모질어서 시원한 문장들로 가득“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9 17:02:51 수정 : 2021.07.29 18:13:15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어른이 되려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세계의 이름은 부모다. 어릴 땐 든든한 품에서 보호받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온한 집은 독립을 가로막는 감옥이 된다. 눈물을 머금고 투쟁하며 부모라는 알을 깨고 나올 때 아이는 비로소 성장한다. 최진영 '차고 뜨거운'은 뜨거운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차가운 머리로 엄마로부터 벗어나는 한 인간을 그린다. 엄마는 딸인 '나'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최종 형태는 폭력이..

이효석문학상 2021.07.30

최종심 진출작 ⑤ 이서수 '미조의 시대'

성인 웹툰 그리는 여성 노동자의 비애 구로, G밸리로 바뀌었지만 노동자의 소외된 삶은 여전 K웹툰에 가려진 노동착취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 이향휘 기자 입력 : 2021.07.28 17:06:08 수정 : 2021.07.28 17:11:54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5000만원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겠다고?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를 낀 반전세도 아니다. 간신히 낙성대 6평짜리 원룸을 보러 갔지만 창문만 열어도 행인들 발에 차일 것 같은 반지하다. 때마침 옆방에서 환기 장치를 타고 들어온 감자조림 냄새에 기분만 잡치고 돌아온다. 이 소설의 화자인 '미조'는 가난해도 너무 가난해서 서울에서 쫓겨날 위기다. 잦은 이직과 퇴사로 취직도 쉽지 않다. 최근 경..

이효석문학상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