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제17회 수상작가 조해진

메밀꽃 필 무렵 2018. 5. 15. 16:02


제17회 이효석 문학상(2016년)




수상작

조해진(趙海珍) 「산책자의 행복」
                                                                             

작가 약력

1976년 서울 출생. 2004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며 등단.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등 출간.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상금
3,000만원

운영위원회
위원장  오정희(이효석문학재단 이사, 소설가)
위 원  공강일(재단 문학팀장,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위 원  이영춘(재단 이사, 시인)
위 원  이우현(재단 상임이사, 可山 李孝石의 장남)
위 원  조기양(재단 이사, 극동대학 초빙교수)
위 원  허   연(매일경제 문화부 부장, 시인)

심사위원회
위원장 : 오정희(소설가)
위 원 : 백지연(문학평론가)
            신수정(문학평론가)
            이기호(소설가,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이수형(문학평론가)
            정지아(소설가,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정홍수(문학평론가)

심사후보작 : (작가명 가나다 순)
권여선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창작과 비평2016년 여름호
김사과  카레가 있는 책상」, 자음과 모음2015년 겨울호
김   숨  선량한 어머니의 아들들은 어떻게 자라나」, 현대문학20161월호
김유진  비극 이후」, 문학과 사회2015년 가을호
박형서  개기일식」, 21세기문학2016년 여름호
이장욱  최저임금의 결정」, 세계의 문학2015년 가을호
정미경  「못」, 현대문학20165월호
조해진  산책자의 행복」, 창작과 비평2016년 봄호

수상소감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친 겨울을 통과하면서
산책자의 행복을 썼다. 넉 달 만에 소설을 쓰는 거였고 그런 공백은 오랜만이었다. 쓰는 동안 여러 번 새벽을 맞았는데 어떤 새벽엔 다시 쓰고 있다는 것에 그저 안도하기도 했다. 즐겁게 썼지만 쓰는 사람은 쓰는 사람일 뿐, 세상이 어떻게 읽을지는 알 수 없었고 그것은 늘 그렇듯 나의 몫이 아니었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 때는 덤덤했다. 떨림은 전화를 끊고 나서야 시작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인적 없는 빈 들판에 가서 웃다가 울다가 다시 웃고 싶었다

등단하고 십 년까지는 지치는 것도 부끄러웠다
. 십 년 중 절반은 작품 청탁이 없는데도 내일을 기대하며 꿋꿋하게 혼자 썼고 나머지 절반은 늘 마감에 쫓겨서 이동하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썼다. 간헐적인 슬럼프가 시작된 건 2년여 전부터였다. 뭘 써야 할지 몰라 조급해하면서도 다시는 쓸 수 없을 것 같아 깊은 불안증에 빠지는, 마음의 끝과 끝이 하염없이 멀어지는 시기……. 아니, 분명 더 잘 쓸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걸 발견하지 못하는 나의 한계를 나만은 알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이 내게 필요한 건 상상 속에서 부풀려진 고통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좋은 작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책상의 시간이란 걸, 그토록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것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격려를 보내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시, 쓰면서 살 수 있고 살 수 있어서 쓰는 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래토록 소설을 쓸 것이다. 충분히 행복하다


심사평


2016년 제17회 이효석문학상 심사를 위해 오정희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정홍수, 신수정, 정지아, 백지연, 이수형, 이기호 심사위원은 7111차 심사(예심)에서 권여선, 김사과, 김숨, 김유진, 박형서, 이장욱, 정미경, 조해진의 소설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하였다. 이들 작품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포착하는 문학의 다채로운 시선을 두루 확인하게 하였다. 82일 진행된 2차 심사(본심)에서는 권여선, 김숨, 정미경, 조해진의 작품을 두고 집중적인 토론과 논의를 진행하였다.


김유진의 비극 이후는 상실과 애도의 서사를 치밀하고 세련되게 서술한 우아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한껏 팽창되는 이미지와 감각의 글쓰기는 김사과의카레가 있는 책상과도 맞닿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폭력과 혐오의 사건을 향해 의식의 예민한 날을 세우는 김사과 소설은 차별과 소외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있는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장욱의 최저임금의 결정은 망상과 현실의 숨가쁜 교차를 통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상 뒤에 숨겨진 부조리한 진실을 서늘하게 주시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날렵하고 매끄러운 구성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의 존재의미를 뒤집어보는 박형서의 개기일식역시 독자와 소통하는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주는 시도로 반갑게 다가왔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화하는 소설의 끈질긴 두드림으로 권여선의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가 남기는 물음의 파장은 상당하다. 오해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내쳐진 삶이 제기하는 윤리적 주제를 추적하는 소설의 에너지가 중편의 형식으로 묵직하게 와닿았다. 김숨의 선량한 어머니의 아들들은 어떻게 자라나는 개인의 내면에 갇힌 합리성과 윤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미끄러지는지를 그로테스크한 부조리극으로 포착해보인다. 정미경의 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집요한 통찰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미덕과 솜씨를 새삼 확인시킨 작품이다. 속물적 삶을 다각적으로 살피는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해진의 산책자의 행복은 경제적 위기와 맞물린 소외와 불안의 문제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에 호응할 수 있는 문학의 상상력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환기하였다.


작품들 각각의 빛나는 일면을 새기면서 오랜 시간 뜨거운 토론과 논의를 거친 끝에 심사위원들은 조해진의 산책자의 행복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대학 강단에서 편의점 공간으로 이동한 지식인의 좌절과 고통을 세심하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우리가 거듭 묻게 되는 것은 살아있다는 감각의 구체성일 것이다. 눈 앞에서 한 세계가 문을 닫아버리는 듯한 불안의 삶은 소통되지 않는 편지와 고백의 은유를 통해 더욱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꿈꾸고 사유하는 관념의 자리와 내일을 도모하는 생계의 자리 사이에 힘겹게 다리를 놓으려는 이 소설의 고독한 분투에 깊이 공감하며 그 노력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조해진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함께 후보작에 오른 다른 일곱 분의 작가들과 관심을 보내주신 여러 독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 장소: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 일시: 2016년 9월 10일(토요일) 오후 2시
  • 시상: 대상 - 상패와 상금 3,000만원, 우수작품상(7명) - 상장과 상금 2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