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제19회 수상작가 권여선

메밀꽃 필 무렵 2018. 10. 30. 14:30

제19회 이효석 문학상(2018년)




수상작


권여선(權汝宣) 「모르는 영역」


                                                                             

작가 약력

1965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인하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 처녀치마』『분홍 리본의 시절』『내 정원의 붉은 열매』『비자나무 숲』『안녕 주정뱅이,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레가토, 에세이 오늘 뭐 먹지?등 출간.

15회 오영수문학상(2007), 32회 이상문학상(2008), 45회 한국일보 문학상(2012), 18회 동리문학상(2015), 47회 동인문학상(2016) 등 수상.


상금
3,000만원

운영위원회
위원장  이우현(이효석문학재단 상임이사, 可山 李孝石의 장남)
위 원  김주영(매일경제 문화부 부장)
위 원  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위 원  오정희(재단 이사, 소설가)

위 원  조기양(재단 이사, 언론인)

심사위원회
위원장 : 오정희(소설가)
위 원 : 구효서(소설가, 제6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신수정(문학평론가)
            전성태(소설가, 제16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정홍수(문학평론가)

심사후보작 : (작가명 가나다 순)

권여선  「모르는 영역」, 격월간 Axt20177·8월호

김미월  「연말 특집」, 계간 문학과 사회2017년 겨울호

김봉곤  「컬리지 포크」, 계간 문학동네2017년 여름호

김연수  「그 밤과 마음」, 월간 현대문학20181월호

김희선  「공의 기원」, 계간 문학의 오늘2018년 봄호
최옥정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문학무크 소설2(201712)

최은영  「아치디에서」, 계간 《21세기문학2018년 봄


수상소감


청소년 시절에 딱딱한 표지에 열두 권짜리 전집인 한국단편소설대계를 읽으면서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도 읽게 되었습니다. 명색이 작가이니만큼 제가 띄어쓰기에 민감한데, 소설 제목인 메밀꽃 필 무렵을 메밀꽃 띄고 필 띄고 무렵, 이렇게 쓰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자꾸 메밀꽃 필무렵이라고, 마치 필무렵이 하나의 단어인 듯 붙여 읽는 버릇이 있습니다. ‘필무렵 필무렵하고 주문처럼 중얼거리다 보면 메밀꽃이 더 많이, 더 빨리 피어나는 느낌도 듭니다.


한 작가의 이름이 붙은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작가와 저 사이에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효석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유독 강한 친밀감이 밀려오는 걸 느낍니다. 그만큼 이효석 선생의 소설들이 제게 친숙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까마득히 오래전 작가인 줄 알았던 이효석 선생이 제 곁으로 다가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서로 모종의 약속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듯한 즐거운 착각마저 듭니다. 경망스러운 제가 그 약속을 까맣게 잊고 헛된 세월을 보낸다 해도,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선생이 저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 허생원과 나귀처럼, ‘필무렵처럼, 선생과 다시는 띄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착각 말입니다.


저는 한때 소설을 그만 쓰고 싶다는 고민에 시달렸습니다. 적은 재능은 종종 공포를 낳습니다. 앞으로 제가 그런 공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길지 않은 생을 살다 간 이효석 선생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더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날이 온다, 부질없는 고민을 미리 하지 말아라, 저보다 훨씬 더 젊은 나이에 떠난 선배가 늙은 후배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내어주며 그렇게 말할 것만 같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커피잔을 들 때 새끼손가락을 뻗는 버릇이 있습니다. 많은 걸 약속드리지는 못하지만 아직은 더 쓰겠다는 마음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싶다는 열망을 새끼손가락을 뻗어 걸고 선생께 또 독자들께 약속드립니다.



심사평


오정희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구효서, 정홍수, 신수정, 전성태 등으로 구성된 제19회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는 201888일 진행된 1차 심사(예심)에서 권여선, 김미월, 김봉곤, 김연수, 김희선, 최옥정, 최은영 등의 소설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후보작들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신진 작가들부터 이미 문학적 성과를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는 중진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두루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소설의 성과를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퀴어적 상상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봉곤의 <컬리지 포크>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탐색 과정을 소설쓰기를 모색하는 과정과 나란히 병치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성장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대담하게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사소설적 경향이 이 성장의 고통을 내밀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희선의 <공의 기원>은 팩트와 픽션을 마구잡이로 뒤섞은 서술 방식의 독특함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축구공이라는 평범한 사물의 역사에서 촉발된 관심이 서양과 동양, 일세계와 제 삼 세계, 거대 자본의 횡포와 노동 착취의 현장으로 이어지다가 어느새 서양의 모순을 판박이처럼 재현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쪽으로 갑작스럽게 선회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역사적 상상력이 단순한 유희와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최은영의 <아치디에서>는 글로벌한 이주를 경험하고 있는 시대의 다양한 유형의 청춘들의 삶의 실존이 잘 드러난다. 국적과 인종, 언어와 젠더가 다른 젊은이들이 서로의 이질성을 넘어 소통과 이해에 이르는 과정을 이 보다 더 감성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최옥정의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는 죽음에 대한 사유가 처절하고 둔중하게 지속된다. 하루아침에 시한부 인생으로 전락해버린 화자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펼쳐내는 고백은 회한과 허무로 가득 차 있는가 하면, ‘앉을 수 없는 종이 의자의 부조리를 삶의 본질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집단의 횡포에 연약하게 휘둘리는 개인의 실존을 젠더 문제와 겹쳐놓고 있는 김미월의 <연말 특집>은 이 작가 특유의 순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입담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얼핏 정답처럼 보이는 소설 마지막의 윤리적 결단이 소설의 활기와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의 <그 밤과 마음>은 삼수 관평협동농장으로 좌천된 후 백석 시인의 하루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꾿빠이, 이상>> 이후 오랜 만에 만나보는 김연수의 문학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만나 새로운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8년 제19회 이효석문학상의 영예는 권여선의 <모르는 영역>에 돌아갔다. 2018822일 진행된 2차 심사(본심)에서는 권여선, 김미월, 김연수 등의 소설이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었으나 논의가 거듭될수록 권여선의 <모르는 영역>이 심사위원 전원의 고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아내의 죽음 후 더욱 소원해진 부녀의 관계를 짧은 봄날의 하루 안에서 보여주면서 이해와 오해혹은 근본적 무지의 영역에 얽힌 인간사의 오랜 이야기 속으로 합류해가는 이 소설은 그 주제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영역 속으로 한발 한발 진입하는 권여선 특유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압권이었다. 특히, 술 취한 화자의 눈에 포착된 낮달의 상징성은 이 소설의 부녀 사이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며 모든 생명체에 깃든 삶의 쓸쓸함에 대한 공명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소설이란 바로 그 영역, 그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모르는 영역을 언어로 포착하려는 부질없는 시도인지도 모른다는 상념이 이 소설을 오래 곱씹게 만들기도 했다. 권여선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함께 후보작에 오른 다른 6분의 작가들과 관심을 보내주신 여러 독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오정희, 구효서, 정홍수, 신수정, 전성태



  • 장소: 매경미디어그룹 본관 12층 대강당(서울 중구 필동 소재)
  • 일시: 2018년 10월 2일(화요일) 오후 3시 30분
  • 시상: 대상 - 상패와 상금 3,000만원, 우수작품상(6명) - 상장과 상금 2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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