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제14회 수상작가 윤성희

메밀꽃 필 무렵 2018. 5. 15. 13:44

제14회 이효석 문학상(2013년)




수상작
윤성희 '이틀'

작가 약력
1973년 경기도 수원 출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소설집으로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이 있고, 장편소설로 '구경꾼들'이 있음.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하였음.

상금
2,000만 원

운영위원회
위원장 : 이상옥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위 원 : 이우현 (재단 상임이사, 可山 李孝石의 장남)
위 원 : 이영춘 (재단이사, 시인)
위 원 : 성석제 (재단이사, 소설가)

심사위원회
위원장 - 오정희 (소설가)
위 원 - 이남호 (문학평론가), (소설가), 신수정 (문학평론가), 윤대녕 (소설가),
김형중 (문학평론가), 손정수 (문학평론가), 백지연(문학평론가)

심사후보작 : (작가명 가나다 순)
권여선, [봄밤], 문학과사회, 2013. 여름호
김성중, [쿠문], 21세기문학, 2013. 봄호
김언수, [하구], 한국문학, 2013, 여름호
김이설, [한파특보], 문학과사회, 2013. 봄호
박솔뫼, [겨울의 눈빛], 창작과비평, 여름호
박형서, [타마이오스], 현대문학, 2013. 4월호.
손보미, [고양이의 보은], 문학동네, 2013. 여름호
윤성희, [이틀], 21세기문학, 2013. 여름호
윤이형, [굿바이], 한국문학, 2012. 겨울호
최제훈, [현장부재증명], 창작과비평, 2013. 봄호

수상소감
‘이틀’은 봄에 쓴 소설이다. 목련이 필 때 써서 목련이 질 때 마쳤다. 집 근처에 커다란 목련나무가 있는데 봄이 되면 나는 종종 나무를 보러 가곤 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아직 꽃봉우리가 맺히지 않은 나무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목련이 피기 시작하면 꼭 큰 목소리로 칭찬을 해주었다. 잘했어, 올해도 수고했어, 하고. 목이 아플 때까지 나무를 쳐다보다보면 뭔가 근사한 생각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한 문장. 날카로운 한 문장. 하지만 목련을 보고 있자니 그저 이런 생각만 들었다.

 크구나. 환하구나. 작가치고는 참 빈약한 어휘력이었지만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컸고, 꽃은 환했다. 처음에는 그것 말고는 다른 문장을 생각해낼 수 없는 내 자신이 괴로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목련나무를 보며 참 크구나, 하고 중얼거리다보니 나를 둘러싼 공간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목련나무를 보며 크구나, 하고 감탄하는 주인공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이 소설은 천천히 썼다. 잘 써지지 않는 날은 쓰기를 멈추고 그냥 동네를 돌아다녔다. 단순하고 심심하게 쓰고 싶었다.

 솔직히 인정하자면, 그것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이 빈약한 소설이 상을 받게 되어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이효석 선생님의 문장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효석 선생님의 빛나는 작품들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에 쓰였다. 그 시기의 나는 한줄 한줄 써내려가는 것이 그저 버거웠다. 이제 나는 이효석 선생님이 살았던 세월을 넘어섰다. 그래도 여전히 버겁지만 두렵지는 않다. 한 줄 한 줄 천천히 써내려가는 이 노동이 좋다. 쓴다는 것이 즐겁다. 오래오래 쓰겠다.

심사평
심사는 예심과 본심,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예심에서는 김형중, 백지연, 손정수, 신수정 네 사람이 작년 가을부터 올 여름에 걸쳐 1년 동안 발표된 단편 가운데 각자 3작품씩 추천하여 10편을 추렸다. 그 결과 「겨울의 눈빛」(박솔뫼), 「고양이의 보은」(손보미), 「굿바이」(윤이형), 「봄밤」(권여선), 「이틀」(윤성희), 「쿠문」(김성중), 「티마이오스」(박형서), 「하구」(김언수), 「한파특보」(김이설), 「현장부재증명」(최제훈) 등의 작품이 본심 대상작으로 정해졌다.
 
본심은 10편의 작품을 7명의 심사위원들이 읽고 8월 7일에 만나서 진행했다.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들이 보여주는 현재의 소설 흐름에 대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대상작들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되는 느낌이었는데, 한편에 이 시대의 개인의 삶과 사회의 현실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실감 있게 그려내는 소설들이 있었다면, 다른 한편에는 그 삶과 현실이 SF나 추리소설, 혹은 모더니즘 소설의 형식과 결합된 새로운 경향을 대표하는 소설들이 있었다. 그 이후 개별 작품의 특징과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꽤 오랜 시간 이루어졌다. 논의의 과정에서 윤성희의 「이틀」과 권여선의 「봄밤」에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두 편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과 비판, 반론이 오고 갔다.

「봄밤」이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매혹적인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은 일치된 반응을 보였다. 죽음을 앞둔, 두 상처받고 병든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삶의 세부를 묘사하는 작가 특유의 필치에 실려 근래 보기 힘든 실감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수환과 영경의 관계가 오늘날 남녀 관계의 새로운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소설이 갖춘 현실성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감정의 강렬함이 지나쳐 부분적으로 신파적인 과장이 보이며, 시간의 선후를 뒤섞는 구성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독서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김수영의 시 「봄밤」에 의존하는 장치가 이 소설의 완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틀」은 주로 젊고 경쾌한 감각으로 주변부 인물들의 삶을 따뜻한 유머의 문장에 담아냈던 작가의 시선에 성숙한 깊이가 더해져 윤성희 소설의 새로운 국면을 예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평생에 걸친 생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 한 인물의 눈에 이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현실의 새로운 풍경이 들어온다. 그 평범하고도 가벼운 일상이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차분하게 되돌아보도록 만드는 과정이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 자연스럽다. 그리하여 이제 쇠락할 일만 남았다고 느껴졌던 삶에 어느새 고요한 희망이 고여 있는 것을 확인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동이 가득 차올라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저울은 ‘봄밤’의 애잔한 감정의 강렬함과 ‘이틀’의 쓸쓸한 생을 위로하는 따뜻한 웃음 사이에서 잠시 오르내렸는데, 심사위원들의 추가 결국 ‘이틀’에 더 쌓이면서 마침내 그쪽으로 기울었다. 짧은 하루도, 지루한 사흘도 아닌, ‘이틀’의 딱 맞춤한 균형의 미학을 독자들도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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