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제13회 수상작가 김중혁

메밀꽃 필 무렵 2018. 5. 15. 13:42

제13회 이효석 문학상(2012년)


수상작
김중혁 ‘요요’

작가 약력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1F/B1, 일층, 지하 일층>과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산문집 <대책없이 해피엔딩>(공저) <뭐라도 되겠지>가 있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상금
2,000만원

운영위원회
위원장 : 이상옥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위 원 : 이우현 (재단 상임이사, 可山 李孝石의 장남)
위 원 : 이영춘 (재단이사, 시인)
위 원 : 성석제 (재단이사, 소설가)

심사위원회
위원장 - 오정희 (소설가)
위 원 - 장경렬 (문학평론가), 성석제 (소설가), 신수정 (문학평론가),
김형중 (문학평론가), 손정수 (문학평론가), 백지연(문학평론가)


심사후보작 : (작가명 가나다 순)
- 김성중 「에바와 아그네스」(문예중앙 2012/여름)
- 김중혁 「요요」(문학동네 2012/여름)
- 김태용 「알게 될 거야」(세계의문학 2011/가을)
- 박형서 「Q.E.D.」(문학동네 2011겨울)
- 조해진 「밤의 한 가운데」(문예중앙 2012/여름)
- 조   현 「우리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문학사상 2012/6월)
- 최진영 「엘리」(문학동네 2011/가울)
- 황정은 「상행」(문학과사회 2012/봄)

수상소감
<요요>를 쓰는 동안 시간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기만 하는 것인지, 시계 속 시침과 분침과 초침처럼 계속 반복되는 것인지, 자주 생각했다. 소설 <요요>속 시간을 때로는 빨리 흐르게 했고, 때로는 한없이 느리게 흐르도록 했다. 시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는 게 없다.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더욱 모르게 됐다. 시간에 대해 알 수 없어서 좋다. 오리무중이라서 좋다. 소설가는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모르는 사람이다. 시간 속에 살지만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계속 더 멀리 모를 생각이고, 백리무중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계속 허우적거릴 생각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곧바로 이효석 선생을 생각했다. 이럴 때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이효석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때때로 시간을 어지럽히는 일이다. 이효석 선생도 시간을 어지럽혔으므로 먼 시간 밖에 있는 나에게 이르렀다. 내 글 역시 시간을 교란하는 역할을 떠안길 바란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갔던 소설 쓰기의 순차적인 시간이 누군가의 시간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안개 속에 있을 때 이효석 선생이 불빛을 반짝여 주었다. 잘 가고 있다고, 잘 헤매고 있다고, 불빛이 반짝여 주었다. 불빛은 곧 스러질 것이다. 나도 곧 불빛을 잊고 방향을 잃을 것이다. 삶의 방향 같은 건 없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심사평
‘요요’
이 작품은 시계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애틋한 연가(戀歌)이자 영원에 대한 꿈의 서사라 할 수 있겠다. 존재감의 박탈과 죄책감으로 인해 일찌감치 타인과의 관계맺기를 포기하고 시계라는 무기물의 세계로 침잠한 주인공은 오랜 세월을 시계제작에 바치면서, 흐르는 시간의 의미를 터득하고 고독하고 삭막한 삶이지만 인생은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얻는다. 이 소설은 김중혁 소설의 특장이라 할 수 있는, 결코 억압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특유의 경쾌함과 서술력으로 강하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번잡한 수식도 장식도 쳐내버리고 전략적인 평이함을 택한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사유와 페이소스는 일정한 격조를 지키며 깊고 짙은 여운을 남긴다.
<심사위원: 오정희(소설가)>

올해 13회를 맞은 이효석문학상은 김중혁의 <요요>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심사는 2011년 여름부터 2012년 여름에 걸쳐 계간지와 월간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2012년 7월 20일 예심에서 김성중 <에바와 아그네스>, 김중혁 <요요>, 김태용 <알게 될 거야>, 박형서의 , 조해진의 <밤의 한 가운데>, 조현의 <우리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최진영의 <엘리>, 황정은의 <上行> 모두 8편의 수상 후보 작품을 선정하였다. 8월 24일 진행된 본심에서는 8편의 작품 중에서 심사위원 7인이 각자 추천한 작품들을 수합하여 신중한 논의와 토론을 벌였다. 후보작들 중 세 편의 작품으로 논의가 집중되었고 엄정한 투표 과정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김중혁의 <요요>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한 8편의 작품은 현재 한국소설의 흐름과 쟁점을 잘 보여주는 개성적인 소설들이다. 장편소설의 기획과 연재가 주도하는 현재의 소설현장의 흐름을 상기할 때 젊은 작가들이 다양하고 개성적인 경향의 단편소설들을 꾸준히 창작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등단 15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실험과 모색은 각자의 창작 영역에서 다양한 소재와 기법의 탐구로 나타나고 있다. 소설쓰기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집요한 언어 실험에서부터 환상적인 장치가 동원된 파국의 상상력, 그리고 고단한 현실과 길항하는 존재의 자기탐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한국 소설의 생생한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상작으로 선정한 김중혁의 <요요>는 시계를 만드는 직업을 지닌 주인공의 삶을 중심으로 시간과 사랑에 대한 아름답고 정교한 서사를 펼쳐보인 작품이다. 독립시계제작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주인공의 삶을 압축한 이 소설은 유니크한 발상과 소재를 통해 김중혁 소설 고유의 매력을 상기시킨다. 가족관계 속에서 결핍과 고독을 체감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오던 주인공이 자신의 시간 속에 새겨진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반추하는 과정은 궁금하고도 흥미롭게 읽힌다. 작가는 시계, 새벽 세 시의 시각, 첫사랑의 상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단편소설 특유의 리듬과 호흡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향한 안타까운 그리움과 그 속에서 움트는 존재의 자기성찰을 섬세하게 주시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소설 장르가 시간의 예술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점을 근원적으로 상기시킨다. 소설가는 시간 속의 고독한 여행자를 자처하는 영원한 이야기꾼임을 작가는 조용히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통의 열망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근원적인 삶의 고독을 수락하고 내화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돌아오는 ‘요요’의 시간이라는 상징 속에서 깊은 감정의 여운을 드리운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자기 세계의 침잠 욕구와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이처럼 섬세하고 미묘하게 형상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활동에 무한한 격려와 기대를 보낸다.
<심사위원: 오정희, 장경렬, 성석제, 신수정, 김형중, 손정수, 백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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