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2017년 제18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 소설 7편 선정

메밀꽃 필 무렵 2017. 7. 20. 16:53

 

한국 문학, 시대의 아픔을 소설로 승화하다

-삶의 밀도 느껴지는 진솔한 소설 돋보이고 집단적 죄의식

드러내기도-   신인 작가부터 중견까지 폭 넓은 진용 갖춰
                                                • 김슬기 기자  (입력 : 2017.07.18 17:17:02)


◆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 소설 7편 선정 ◆


         한자리에 모인 심사위원단. 왼쪽부터 전성태 소설가, 신수정 평론가, 구효서 소설가, 오정희 소설가,

            정홍수 평론가. [이충우 기자]


한 해 동안 발표된 최고의 한국 소설을 가려 뽑는 국내 최고 권위 '제18회 이효석문학상'이 최종심 진출 작품을 확정했다. 서정적인 문장으로 한국 문학의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한 가산(可山 ) 이효석(1907~1942)의 업적을 기리는 이효석문학상은 '메밀꽃 필 무렵'의 후예가 될 독보적인 단편 소설을 다음달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 새로 꾸려진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 5인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효석문학재단에 모여 1차 독회를 열었다. 오정희 소설가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심사위원으로는 이효석문학상 기수상작가인 구효서(6회), 전성태(16회) 소설가와 정홍수, 신수정 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5월 말부터 이효석문학상 심사대상작 3~4편씩을 추천하는 예심을 진행했고, 이날 본심에 오른 15편의 작품 가운데 단편 소설 7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대상작을 뽑는 최종심은 8월 초 열린다.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이효석문학상의 최종 후보작으로는 강영숙의 '어른의 맛', 기준영의 '조이', 김금희의 '오직 한사람의 차지', 박민정의 '당신의 나라에서', 손홍규의 '눈동자 노동자', 조경란의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표명희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작가명 가나다순)이 뽑혔다. 재기 넘치는 신인 작가부터 문단의 중견 작가까지 지난 한 해 한국 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줄 폭넓은 진용이다.


심사대상 작품은 작년 6월 1일 이후 지난 5월 31일까지 월간·계간 문학잡지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잡지에 발표된 국내 모든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삼았다. 작가의 등단 연도는 무관하게 후보작을 가려 뽑았다. 이날 15편의 작품을 7편으로 압축하는 독회는 3시간을 넘길 만큼 치열했다. 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본심에 추천된 까닭에 한국문학의 전통적 미학과 이 궤도를 벗어나려는 혁신적 작품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에 관한 논의가 길게 이어졌다. 우선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4편이 올라온 30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세계적인 문화사, 역사, 인물을 소설 속에 끌어들여서 자기 나름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젊은 작가들의 경향이 신선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집필 과정이 치열하게 느껴졌다"고 상찬했다.


 신수정 평론가는 A작가의 작품에 대해 "야망적인 작가의 선언적인 소설이었다"고 평가하며 "젊은 세대는 경험으로서 자신이 들려줄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면서 "체험의 세대가 아니라 학습을 통해서 소설을 쓰는 세대의 도래가 반갑다"고 말했다. 구효서 작가는 B작가의 소설에 대해 "지식을 조립하지 않지만 너무나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고, 자극적이거나 쓰지 않으면서도 맛을 내는 점이 돋보였다. 태도나 방식도 참 좋더라"고 평했다.


또 하나 주목한 지점은 사회적 의식이 소설 속에 침투해 있다는 점이었다. 오정희 소설가는 "공통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 세월호 등 우리 사회가 갖게 된 집단적 죄의식이 상당히 소설들의 기저에 느껴졌다. 젊은 작가들이 더 직접적으로 느끼고 묵시록적인 불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성태 작가는 C와 D작가에 대해서 "많이 다뤄진 역사적 소재인데도 밀도 있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좋았다. 독자들에게는 가장 따뜻하고 편안하게 읽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작가에 대해서 구효서 작가는 "너무 지적으로 보이려고 하는 경향은 있지만 역시 개성적 소재를 잘 다룬다. 진국 같은 맛이 있다"고 칭찬했다.


정홍수 평론가는 F작가에 대해 "죄의식을 다루는 시의적인 소재지만, 에피소드를 인위적으로 배치한 느낌이 드니까 왠지 울림이 적었다"고 말했다. G작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전성태 소설가는 "이 작가의 소설에는 4차원적 느낌이 나는 인물이 늘 나오는데, 그 독특한 인물관계를 다루는 소설적 재미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써도 잘 쓰는 작가지만 이 작품은 좀 평이했다"고 한 반면 신수정 평론가는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고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 같다"고 비평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여성 작가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손홍규 작가를 제외하면 7명 중 6명이 여성 작가였다. 이들 작품의 면면을 소개하는 지상중계도 이번주부터 본지에서 시작된다. 올해 총상금 5000만원 규모로, 대상에는 3000만원이 지급된다.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우수작으로 선정해 각 200만원씩 상금을 지급한다. 9월 중 수상작품집도 출간할 예정이다. 이효석문학상은 매일경제신문·이효석문학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이효석문학재단·이효석문학선양회가 주관을, 문화체육관광부·평창군이 후원을, NH농협금융지주가 협찬을 담당한다.

 

대상작은 8월 중순 발표되며,

시상식은 9월 9일 강원도 평창균 효석문화마을에서 열린다.


■ 주최 : 매일경제신문사 / 이효석문학재단

■ 주관 : 이효석문학재단 / 이효석문학선양회

■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 평창군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