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제4회 수상작가 윤대녕

메밀꽃 필 무렵 2018. 5. 15. 13:08

제4회 이효석 문학상(2003년)

수상작

‘찔레꽃 기념관’

작가 약력
윤대녕
1962년 충남 예산 출생. 1990년 『문학사상』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대설주의보>, 장편소설<옛날 영화를 보러갔다><달의 지평선> <눈의 여행자> <미란>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등이 있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4년), 이상문학상(1996년), 현대문학상(1998년), 이효석문학상(2003년), 김유정문학상(2007년), 김준성문학상(2012년) 수상.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상금
1,000만원

운영위원회

심사위원회
김병익(문학평론가), 이청준(소설가), 오정희(소설가)

심사후보작 : (작가명 가나다 순)
- 천운영 「명랑」
- 김영하 「그림자를 판 사나이」,
- 김영하 「이사」
- 김 훈 「화장」
- 이승우 「심인광고」
- 윤대녕 「누가 걸어간다」
- 윤대녕 「찔레꽃 기념관」
- 최시한 「천지 가는 배」
- 한 강 「노랑무늬영원」

수상소감
밤에 또 글을 써보자고, 긴 낮잠을 자고 나서 하오의 창 밖을 내다보다 뜻밖의 수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지난 4월에 오직 글만 쓰며 살겠다고 제주도로 살림과 작업실을 옮겨왔습니다. <찔레꽃 기념관>은 제주도에 내려온 뒤, 그 무덥던 5월에 들판에 피어 있는 찔레꽃의 냄새에 취해서 쓴 소설입니다.

봉평의 메밀꽃과 제가 태어난 충청도의 찔레꽃이, 또 제주도에 피어있는 찔레꽃이 어떻게 연결되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문학의 운명으로 이들이 아득히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십 수년간 저는 글을 쓰기 위해 강원도에 숱하게 드나들었고 봉평에도 물론 가본 적이 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체취를 찾아 봉평장을 기웃거리며 진득하고 매운 국밥으로 추운 속을 달랜 적도 있습니다. 그 장터의 자취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그때마다 저는 온 들판을 덮고 있는 메밀꽃의 환영을 목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저는 문학의 운명이요, 또한 소설가의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허생원의 아들 찾기, 동이의 아비 찾기, 왼손잡이라는 불구를 통해 서로를 알아보는 삶의 운명과 형식 말입니다. 거기에 메밀꽃 가득한 들판이 가로놓여 삶이라는 것을 영원으로 바꿔놓습니다. 문학을 하는 자는 애초에 불구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글쓰기의 운명이며 또한 다른 불구의 영혼을 알아볼 수 있는 조건이라고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마치 손목을 끊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글쓰는 일을 단념하고 싶을 때마다 저는 제가 그렇듯 왼손잡이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세상을 살다간 문학의 다른 많은 유령들에 둘러싸여 식은땀을 흘리곤 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동이도 그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해마다 봉평 들판을 소금 무더기처럼 하얗게 뒤덮는 메밀꽃도 저에겐 분명 문학의 생령(生靈)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문학을 통해 삶은 이렇듯 영원성을 부여받고 다른 불구의 영혼을 찾아 또 끝없이 삶을 떠도는 모양입니다.
가산 이효석 선생의 이름으로 이 상을 받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심사평
윤대녕의 <찔레꽃 기념관>은 기왕의 천착해 온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층 깊고 따뜻해진 슬픔의 문을 열어 보이며 낮고 누추해진 우리의 삶을 위무한다.

소설은 유년 시절, 찔레꽃에 둘러싸인 시골 이발소와 이발사에 대한 기억과 삼십여 년의 세월을 격해 작가로서 살아가는 도시의 낡은 오피스텔이라는 공간이 겹을 이루고 있지만 작중 인물들의 점차 깊어지는 절망감과 함께 피어오르고 짙어지는 찔레꽃 향기는 공간과 시간의 엄혹한 경계를 허문다. 이 소설 속에서 작가는 문학과 삶을 함께 거느리고 갈 때의 필연적인 어긋남과 충돌의 속성, 비극성과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상을 부리는 윤대녕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가 불러내는, 쓸쓸하고 일견 황량하기까지 한 환상은 삶과 문학이란 무엇이며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 살아가게 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 물음과 닿아 있다. 이 소설 전편을 감싸고 있는 찔레꽃 향기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사원이자 근원적 향수이면서 또한 자신의 꿈을 서서히 낮춰가는 자의 수치심과 절망감, 삶의 남루함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가 불러온 찔레꽃 향기로 인해 불화하는 삶과 문학은 비로소 형태를 갖추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빛을 뿜는다.아름다운 문학적 공간과 서술이라는, 그의 문학적 세계를 여전히 옹글게 견지하면서 한걸음 성큼 내딛은 이 작가의 변화의 의미를 반갑게 받아들이며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심사위원: 김병익(문학평론가), 이청준(소설가), 오정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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