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제5회 수상작가 정이현

메밀꽃 필 무렵 2018. 5. 15. 13:11

제5회 이효석 문학상(2004년)



수상작
‘타인의 고독’

작가 약력
정이현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2002년 <문학과사회> 제 1회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연인들>,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상금
1,000만원

운영위원회

심사위원회
김병익(문학평론가), 이청준(소설가), 오정희(소설가)

심사후보작 : (작가명 가나다 순)
- 강영숙 「씨티 튜어 버스」
- 김도연 「출가」
- 김연수 「거짓된 마음의 역사」
- 김연수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 김영하 「보물선」
- 박청호 「벚꽃 들」
- 서하진 「알 수 없는 날들」
- 정이현 「타인의 고독」
- 조경란 「100마일 걷기」
- 조경란 「국자 이야기」
- 한창훈 「주유남해」
- 함정임 「소금 한 줌」

수상소감
처음에는, 그들이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어제도 안녕했어? 안녕했는데 힘들어서 밥 못 먹었어. 밤 아홉 시, 이태원의 패스트푸드점. 제 옆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젊은 외국인들은 분명히 짧고 어눌한 우리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피부가 가무잡잡하고 어글어글한 눈빛을 가진 그 남자들은 무척 닮았지만,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모양이었습니다. 종이에 싼 햄버거를 한 남자가 또 한 남자의 앞으로 밀어주었습니다. 이거 먹어. 많이 먹어. 제 모국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절실한 소통의 통로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습니다.

늘 스스로를 신인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뜻밖에 과분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너무 일찍 당도해버린 순간 앞에서 저는 말에 대해, 생에 대해, 점점 더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상작은 첫 번째 창작집을 묶고 난 뒤에 처음으로 쓴 단편입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유난히 고통스럽고도 즐거웠습니다.
 
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 소설가로서 당대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볼 것인지 나름대로의 내적 태도를 정립하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고독’이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이제 그림자를 통해 빛을 말할 수 도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 미미한 움직임을 호명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04년 여름

심사평
예심에 오른 작품들은 각기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이 시대의 풍속과 가치 의식들을 드러내고 있다. 실재와 환상을 뒤섞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인공의 낙원을 그림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황량함과 우울을 드러내거나 역사의 한 시점을 빌려와 작금의 현상을 해석하는 등 소설적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며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둘러쓴 겹겹의 위장망과 억압기제들을 파헤치며 내면을 심층적으로 해부하기도 하면서 욕망과 고통, 현상과 꿈을 기술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대체로 그 기저에 고독과 소통불능의 비극성, 슬픔의 정서를 깔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이현의 소설은 당대적 풍속과 분위기를 문학적으로 양식화하여 보여주는 작품으로 2004년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가치 태도 등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계기피증, 소통을 열렬히 원하면서도 이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이율배반적 모순에 갇힌 모습들을 날렵하고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데 그 가볍고 건조함이 표출하는 블랙유머와, 고통의 감춤 혹은 드러냄은 차가운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속의 각 상황과 장치, 복선들을 실핏줄처럼 이어 주제를 향해 모으는 기술적 공교함도 뛰어나다. 가정이 사라지고 가족이 해체되고 마침내 단자화된 한 개인의 인간성마저도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시종 감상의 개입 없이 그려나가는데 그 담담한 일상의 기술이 남기는 울림과 파장은 역설적으로 넓고 깊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며 반성적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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