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2020년 제21회 이효석문학상

메밀꽃 필 무렵 2020. 8. 6. 11:34

 

인간과 시대의 자화상, 6의 소설로 소묘하다

 

소외 자리 비춘 여성 서사에

젊은 작가들 약진 두드러져

세대 상흔·계급 갈등 논의도

 

예심작 18, 6편으로 압축

대상 3000만원8월 발표

912/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학관에서 시상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7.30 13:45:20

 

 

 

 

◆ 제21회 이효석 문학상 ◆

 

이효석 문학상 심사위원들 제21회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장인 오정희 소설가와 심사위원인 윤대녕 소설가, 방민호 문학평론가, 강영숙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왼쪽부터).

 

 

사진설명이효석 문학상 심사위원들 제21회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장인 오정희 소설가와 심사위원인 윤대녕 소설가, 방민호 문학평론가, 강영숙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왼쪽부터).

인간에 관한 질문으로 시대와 호흡하고, 세계에 관한 질문으로 사회를 응시하는 소설가를 찾아나서는 이효석문학상이 새 항해를 시작했다.

 

한국 근대문학의 효시로 추앙받는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 선생을 추념하고자 2000년 처음 제정된 이효석문학상은 2020년 스물한 번째 주인공의 든든한 배후자가 되고자 즐거운 여정을 떠난다.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나 심사위원 5인이 추천한 예심 통과작 18편을 검토한 뒤 올해 최종심 진출작 6편을 확정했다. 오정희 소설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윤대녕 소설가(이효석문학상 2003년 제4회 수상자·동덕여대 교수),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강영숙 소설가(2017년 제18회 수상자),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심사위원 1인당 3표씩 행사하는 복수 투표로 시작된 예년과 달리 한 작품씩 논의하며 차례로 탈락시키는 `컷 오프(cut-off)` 방식을 택한 올해 심사는 한국 사회와 한국 문학을 감싼 첨예한 고민의 압축장과도 같았다.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발표된 전국 모든 문예지에 실린 중·단편 가운데 3배수인 18편을 심사위원회가 한 달간 숙독했는데, 격론 끝에 `살아남은` 작품은 김금희·박민정·박상영·신주희·최윤·최진영(가나다 순) 단편이었다. 허를 찌르는 칼날 같은 비판, 인간 정신을 향한 눈부신 경외가 오갔던 그날 탁자 위 분위기를 전한다.

여성 서사 강세는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예심작 18편 가운데 14편이 여성 작가 작품이었다. 작품 절반 이상이 직간접으로 여성 간 연대감을 기저에 두고 시대적 상흔을 기술하거나, 여성으로서 트라우마를 바라보거나, 육아·출산·간병 등 여성에게`` 강요되는 노동의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는 소설이었다. 오정희 소설가는 "현재 활발히 집필하는 여성 작가들이 마주치는 현재적 문제이며, 그들이 당면한 과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강영숙 소설가는 "변방에 위치한 여성의 소외된 자리를 비추는 작품이 다수였다. 여성이 화자로 또 등장인물로 등장해 궤를 함께했다"고 평했다. 최종심엔 오르지 못했지만 이주혜 `자두 도둑`, 윤이형 `고스트`는 큰 주목을 받았다. 정여울 평론가는 두 작품을 두고 "페미니즘 소설 최고 경지"라고 상찬하며 "페미니즘 관련 소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주제에 관한 소설을 다시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 약진도 뚜렷한 경향이었다. 예심 통과자 17명 중 8명이 1980년대 출생자였고, 1990년대생은 2명이었다. 1991년생인 서이제 작가는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올해 유일하게 단편 2(`0%를 향하여` `사운드 클라우드`)을 예심작으로 올렸다. 단편 `OK, boomer`를 쓴 성해나 작가는 1994년생이었다. 두 작가는 아쉽게 최종심에는 오르지 못했다. 등단 5년 이하 작가는 8명이었다. 성해나 작가와 `나쁜 피`를 쓴 김혜지 작가는 작년 신춘문예 출신으로 2년 차다.

 

윤대녕 소설가는 "2021년을 앞두고 다양한 서사로 변모하려는 징후이자 또 새로운 신진 세대의 등장이란 예감까지 가능케 한다"고 진단했다. 등단 연도 규정이 없는 이효석문학상은 신인도 원로도 `작품으로만` 한 테이블 안에서 경합한다.

 

공시적으로 고민되는 과제, 통시적으로 사유되는 주제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점도 주요 특징이었다. 김금희·최윤·신주희 단편이 인간의 본질 혹은 인간적인 것의 본질에 다가섰다면, 박민정·박상영·최진영 단편은 보다 현재적인,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삶·생활 문제에 집중한 인상이 강했다.

 

물론 경계가 무 자르듯 나뉘진 않고, 모이고 흩어지는 변주곡에 가깝다고 위원들은 진단했다. 방민호 평론가는 "넓은 시야로 보면 인간의 본성과 현실의 대립이라는 주제로 나뉘면서도, 또 한 작품에서 동시에 다뤄지기도 해 흥미로운 지점을 형성해 생동감이 풍부했다"고 평했다.

 

대상작은 8월 중순께 본지에 발표된다. 대상 상금은 3000만원, 최종심 진출 작가 5인에겐 우수작품상과 2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912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린다. 매경출판 임프린트 생각정거장에서 `2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출간한다. 본지는 최종심 진출작 6편을 지상 중계한다. 오정희 심사위원장은 "김금희는 `사랑의 슬픔과 속성`, 박민정은 `지나간 연대를 살아낸 삶의 풍속`, 박상영은 `좌절의 연원(淵源) 캐기`, 신주희는 `예술과 삶이라는 영원한 질문`, 최윤은 `삶의 룰(rule)이 어그러지는 방식`, 최진영은 `삶의 원칙과 본질을 바라보는 눈을 회복하기`란 은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최 : 매일경제신문사 이효석 문화재단

주관 : 이효석 문화재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평창군

협찬 : NH농협금융 농협중앙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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