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제 17회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 총평

메밀꽃 필 무렵 2016. 8. 8. 15:52




[이효석 문학상]

 "문학적 상상력 환기 시켜준 수작"


심사위원 총평

 본심 후보작에 오른 작품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포착하는 문학의 다채로운 시선을 두루 확인하게 했다.


김유진의 '비극 이후'는 상실과 애도의 서사를 치밀하고 세련되게 서술한 우아한 소설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폭력과 혐오의 사건을 향해 의식의 예민한 날을 세우는 김사과의 '카레가 있는 책상'은 차별과 소외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장욱의 '최저임금의 결정'은 망상과 현실의 숨 가쁜 교차를 통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상 뒤에 숨겨진 부조리한 진실을 서늘하게 주시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박형서의 '개기일식' 역시 날렵하고 매끄러운 구성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의 존재 의미를 뒤집어보게 한다.


거의 기억을 현재화하는 소설의 끈질긴 두드림으로 권여선의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가 남기는 물음의 파장은 상당하다. 오해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내쳐진 삶이 제기하는 윤리적 주제를 추적하는 소설의 에너지가 중편의 형식으로 묵직하게 와 닿았다.


김숨의 '선량한 어머니의 아들들은 어떻게 자라나'는 개인의 내면에 갇힌 합리성과 윤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그로테스크한 부조리극으로 포착해 보인다.


정미경의 '못'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집요한 통찰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미덕과 솜씨를 새삼 확인시킨 작품이다. 속물적 삶을 다각적으로 살피는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해진의 '산책자의 행복'은 경제적 위기와 맞물린 소외와 불안의 문제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섬세하게 포착해 지금 이 시대에 호응할 수 있는 문학의 상상력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환기했다.

 대학 강단에서 편의점 공간으로 이동한 지식인의 좌절과 고통을 세심하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우리가 거듭 묻게 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감각'의 구체성일 것이다. 눈앞에서 한 세계가 문을 닫아버리는 듯한 불안의 삶은 소통되지 않는 편지와 고백의 은유를 통해 더욱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꿈꾸고 사유하는 관념의 자리와 내일을 도모하는 생계의 자리 사이에 힘겹게 다리를 놓으려는 이 소설의 고독한 분투에 깊이 공감하며 그 노력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김유태기자 입력 : 201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