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물들게 하는 시와 꽃
솔 나 리
가을은 입신의 달
아니 현신의 시월
하늘의 구름 붙잡고
저 꽃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귀멀고 눈멀어가는
나에게
솔나리도
솔나리도
우주를 날으면서
첫 날파람 소리가 되겠다
그 세상 태어나서
시인의 나의 첫 꿈
솔나리 피다
시․김창진 전 가톨릭대 교수
나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희귀한 꽃이다. 올해 나는 7월 중순에 강원도의 한 높은 산으로 이 매혹적인 꽃을 찾아갔고, 여느 때처럼 그 사진을 메일에 얹어 시인에게 부쳤다. 한 열흘쯤 지나서 나는 위 시 ‘솔나리’를 배달 받았지만, 이 시가 들꽃을 읊은 그의 마지막 시인 줄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거니와, 그 무렵 시인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병고에 시달리며 다가오는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솔나리가 우주를 날면서 날파람 소리가 되는 그런 세상에서 태어나 시인의 첫 꿈을 솔나리로 피우겠다는 마지막 구절을 다시 읽으니 목이 메어온다. 한 타고 난 시인의 본색이 잘 드러나 있는 절명시(絶命詩)이다.
이제 이 ‘솔나리’로 160여 회에 걸친 연재를 마감하면서, 3년여 동안 귀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백세시대’분들과 ‘나를 물들게 하는 시와 꽃’ 난(欄)을 애독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사진․글=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2013년 5월부터 본지에 연재해온 “나를 물들게 하는 시와 꽃‘이 이번 532호를 마지막으로 3년여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열정적으로 시를 써오던 김창진 전 가톨릭대 교수가 지난 8월 6일 지병으로 영면했습니다. 김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과 글을 써주신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백세시대』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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