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2020년도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메밀꽃 필 무렵 2020. 9. 28. 17:03

    소금 뿌린듯 메밀꽃밭서…50년前 문학소녀의 꿈 돌아보다

 

- 봉평 이효석문학관서 시상식 열려-

대상 수상 `소유의 문법` 최윤 작가
"문학 안에서 늘 경계를 떠났고
감히 문학을 위해 걸어왔다" 소감

이우현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수상작가 열정적 창작정신에 감사"
신주희 작가등 100여명 참가 축하

                                                                                             김유태 기자

                                                                                             입력 : 2020.09.27 17:02:27 수정 : 2020.09.27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26일 대상을 수상한 최윤 작가가 이효석문학관 정원 내 이효석 선생 동상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반항의 사춘기, 가출할 생각으로 기차를 타고 당시 세상 끝인 동해안까지 갔습니다. 시집을 몇 권 사 들고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것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출이지만, 맘속으로 저는 늘 가출 중입니다. 제게 제공된 경계를 떠나고 있습니다. 넘어온 곳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제야 왜 그랬는지가 보입니다. 더 잘 보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감히 문학을 위해서 그랬습니다."

최윤 작가(67)가 떨리는 목소리로 50년 전 기억을 털어놓자 객석이 감동으로 숙연해졌다. 단편 `소유의 문법`으로 제21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윤 작가는 26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학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문학적 여정의 첫 풍경을 비밀스럽게 풀어냈다. 1970년대 사춘기 소녀는 이곳 평창 어딘가를 지나갔던 터였는데 예술의 완성을 향해 걸어왔던 최윤 작가가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 같은 수상소감을 말하자 참가자들은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26일 제21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에서 정여울 문학평론가, 오정희 소설가(심사위원장), 전병득 매일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장, 이우현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최윤 작가, 우수상을 받은 신주희 작가, 한왕기 평창군수, 전상국 작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매년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룩한 소설을 선정하는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은 이런 따뜻함 속에서 열렸다. 가산(可山) 이효석 선생(1907~1942)의 문학정신을 추념하고자 제정된 이효석문학상은 올해가 21회째로, 이효석문학재단과 매일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지 6년째다.

최윤 작가는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소식과 문학상 수상 소식은 같은 강도로 기쁜 것 같다"고 소감의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작품을 풍성하게 남긴 이효석 선생님의 고향에 와서 수상하기 때문인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부족한 작품을 좋게 평가해준 심사위원들과 잊혀져가는 일련의 문학을 붙잡아 주시는 이효석문학재단과 매일경제신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는 1회 때부터 심사위원으로 임한 오정희 작가가 좌장을 맡았고 윤대녕·강영숙 소설가, 방민호·정여울 평론가가 심사위원으로 임했다. 후일담을 덧붙이자면 올해 최종심은 보통 2시간이 넘던 예년과 달랐는데, 다소간 논의 후 심사위원 1인당 3표씩 행사한 투표에서 5인 전원이 `소유의 문법`을 동시에 지목해 사상 처음으로 `첫 투표 만장일치`가 나왔다.

 

이날 심사 총평에서 오정희 심사위원장은 `소유의 문법`을 두고 "소유와 탐욕의 시스템에 길들여져 `이 세상에 올바른 모습으로 거하는 법`을 잊어가는 현대인에게 생의 진실을 깨우치는 수작이다. 완벽에 가까운 문장의 묘미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효석문학상을 이끌고 있는 이우현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이효석 선생 장남)"이효석문학상은 현대문학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1999년 제정돼 오늘에 이르렀다. 대상을 수상한 최윤 작가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영예로운 우수상을 받으신 작가 5인에게도 열정적 창작정신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에는 소설 `우상의 눈물`을 쓴 전상국 작가도 참석했다. 전 작가는 "제 마음속에는 `회색 눈사람`(최윤 1992년 작, 동인문학상 수상작)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이효석문학상은 문학상으로서 상찬 받기에 모범을 보여주는 문학상"이라고 말했다. 문광훈 충북대 교수는 "언어적 명료성, 감각적 섬세함이 특징이며 실험적인 개방성은 도식적이지 않다"고 최윤 작가를 상찬했다. 한왕기 평창군수도 "시상식이 평창에서 개최돼 기쁘다. 한국문학과 세계인의 만남이 잦아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시상식 직후 열린 수상작품집 사인회에서 올해 우수상을 받은 신주희 소설가가 줄을 서서 선배 최윤 작가에게 사인을 받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이효석문학재단 초대 이사장 이상옥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2대 이사장 김의재 변호사, 이효석문학상 운영위원 이지훈 평론가, 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김정은 자음과모음 편집부 차장 등 관계자가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했다. 이번 시상식은 코로나19`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100여 명만 초청됐으며 평창군청과 협의하에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열렸다.

[평창 = 김유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