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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이효석문학상] 제20회 `이효석의 고향`평창군 진부에서 시상식 처음 개최

메밀꽃 필 무렵 2019. 9. 16. 16:25


[2019 이효석문학상]


可山 고향에서 마주친 `한국문학의여울물`

 

`이효석의 고향`서 시상식 처음
생가·성장지 모두 진부면 위치
태풍에도 축하객들 몰려 성황

올해 대상 수상한 장은진 작가
"소설쓰기, 괴롭고 고통이지만
나의 자리는 이동하지 않을 것

 

김유태 기자

입력 : 2019.09.08 17:16:49

  

  20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이 `이효석의 고향`인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소재 진부문화센터에서 지난 7일 열렸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올해 대상 수상자 장은진 작가(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김의재 변호사(오른쪽부터), 정대화 상지대 총장,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오정희 심사위원장, 장은진 소설가, 이우현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편집이사, 박진오 강원일보사 대표, 최영훈 평창군청 국장, 정인화 전 가톨릭관동대 교수. [한주형 기자]


"소설 쓰기가 행복하진 않다. 괴롭고 고통스럽다. 소설 쓰기가 행복하다는 사람을 만난다면 `꿀밤`을 때려주고 싶다. 수상 통보를 받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박수 소리는, 그러나 답을 찾지 못하던 내게 고맙고 아름다운 소리였다.


불안과 고통은 계속 삶을 파고들 테지만, 그때마다 `지금`을 펼쳐보겠다." 단편 `외진 곳`으로 올해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장은진 소설가(43)는 찬란하게 남겨질 이날의 기억을 이렇게 비축했다. "펼쳐볼 수 있는 한 페이지를 선사해주신 다섯 분의 심사위원께 감사 말씀을 전한다"며 나직이 말한 그는 "쓰고 지우고, 쓰고 버리기를 반복하겠다. 나의 자리는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상의 마음을 전했다.

악천후로 거센 여울물이 밀려드는 오대천 인근, 강원도 평창군 진부(珍富)면 소재 진부문화센터에서 제20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7일이었다. 전국에서 온 참석자들은 울상인 하늘을 원망하기는커녕 "태풍마저 축하하러 달려왔다"(유자효 시인)며 허허 웃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가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 선생의 문학정신을 추념하고자 제정된 이효석문학상은 이효석문학재단과 매일경제신문이 5년째 공동 주최해왔고 올해 평창군·문화체육관광부·G1강원민방이 후원을, NH농협금융·NH농협중앙회가 협찬했다.

심사위원장 오정희 소설가는 "본심 진출작은 17편이었다. 문학적 성취도와 다채로운 주제의식을 보여줘 `한국 문학의 또 다른 르네상스`가 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해주었다""장은진 소설가의 `외진 곳`은 지나친 연민에 기울어지지 않으면서 끝까지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그들이 처한 삶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시선이 돋보였다. 한국 문학을 여전히, 어떤 조건 없이 치열하게 사랑하는 우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작품들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영광이자 무한한 축복"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올해 성년(成年)을 맞은 이효석문학상을 추억하며 이우현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은 "국민 정서를 순화시킨 가산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효석문학상을 운영해왔다. 대상 수상작인 `외진 곳`은 그 정신의 계승에 합당한 작품이다. 가산의 글은 평창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에 스밀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현 이사장은 가산 이효석 선생의 장남으로, 온통 담쟁이로 덮였기에 `푸른집`으로 불리던 평양에서 자라다 5세 무렵 아버지를 여의었다.


시상식이 열린 진부로 그는 최근 이사했는데, 아버지 고향이 진부여서다. 시상식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700m, 5분 남짓인 하()진부리 196번지는 가산 생가다. 돌아오지 못할 부친의 발걸음을 대신해 팔순 넘긴 아들이 부친 사후 77년 만에 `아버지의 자리`로 귀향했다는 소식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봉평이 `메밀꽃 필 무렵`의 본거지라면 `작가 이효석`의 상징 공간은 진부라 봄이 옳겠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편집담당 이사는 "이효석문학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도약했다. 이효석문학상이 문학의 품격과 전통을 지키고, 작가에게 애정 어린 격려를 보내는 문학상으로 남도록 매일경제신문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인 박진오 강원일보사 대표는 "제 고향이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평창군 대화면이다. 가산께서 제 고향의 풍경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어주셨다"고 상찬했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이효석 선생을 떠올리며 정신세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영훈 평창군청 건설경제국장은 "이효석 문학 정신이 후배에게 이어져 문단의 풍요를 이룩하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정인화 전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KTX진부역에 `이효석역()`을 부기해 평창의 진부를 이효석의 상징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강풍과 강우가 무색하게도 정오의 시상식엔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장은진 소설가(본명 김은진)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김희진 소설가를 비롯해 올해 심사위원인 윤대녕·구효서 소설가와 방민호·정여울 문학평론가, 이효석문학재단 초대 이사장인 이상옥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제2대 이사장 김의재 변호사, 하홍균 이효석문학선양회 이사장, 평창 오대산 월정사의 조계종 원로의원 원행(遠行) 대종사, 유자효 시인 겸 전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김근성 G1강원민방 콘텐츠국장, 이지훈 문학평론가, 또 이효석문학재단에서 정주년 전 감사(전 주태국대사), 조기양 전 이사, 염봉자 이사, 정명순·이주리 자문위원, 김순열 자원봉사위원 대표 등이 참석해 장은진 소설가가 차려낸 스무 번째 성찬(盛饌)을 축하하며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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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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