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제19회 이효석문학상 대상후보였던 최옥정 작가 별세

메밀꽃 필 무렵 2018. 9. 14. 15:34

2018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후보였던,

최옥정작가 대장암 투병 중 별세 


소설가 최옥정이 대장암 투병 중 13일 별세했다. 향년 54세.

대장암으로 투병해온 최옥정 작가는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세상을 떠났다.

고(故) 최옥정 작가는 지난 196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졸업했다.


최옥정 작가는 영어교사로 일하던 중 30대 중반에 소설을 쓰기 시작, 2001년 소설 ‘기억의 집’이 ‘한국소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단편소설집 ‘식물의 내부’, ‘스물 다섯 개의 포옹’, 장편소설 ‘안녕, 추파춥스 키드’, ‘위험중독자들’ 등을 냈다.


뿐만 아니라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소설창작수업'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많은 이에게 창작의 기쁨을 전했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창작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단편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를 통해 올해 이효석문학상 본심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최옥정 작가의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9시다.




[이효석 문학상] 종이로 만든 2인용 전기의자,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성찰하다

    ■본심 진출작 ⑥ 최옥정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김규식 기자입력: 2018.08.2617:00:01 수정: 2018.08.26. 23:18:41


 조각가 박원주(58)는 2004년 `고독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A4용지로 과거 사형 도구로 쓰이던 전기의자 2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인간이 느끼는 실존적 불안을 극단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제19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소설가 최옥정(54)의 단편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문학무크 소설 2호, 2017년 12월)는 이 조각을 모티브로 썼다.
 최옥정의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는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서지우는 조각가로 말기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여성과 교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름이 같은 인연으로 병원에서 급속히 가까워졌다. 죽음을 앞둔 그는 고독을 달래려고 그녀를 만난다.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반대로 그녀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다. 대조적인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 빈자리를 채우는 듯 육체 관계로 이어진다. 성(性)은 생명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는 고독과 공포를 덜고자 그녀를 만나지만, 또한 그가 생명을 향한 의지를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의 심리는 종이로 만든 2인용 전기의자로 형상화된다. 이 작품에서 그는 A4용지 238장을 연결해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전기의자 조각을 만들었다. 전기의자는 역설적 존재다. 앉을 때 편안함을 주지만 전기를 흘려 사형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형수는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때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삶은 원래 그렇다. 살면서 죽음이 자신에게 그렇게 가까웠는지, 인간은 삶의 끝자락에 선 뒤에야 깨닫는다. 전기의자는 삶 자체를 상징한다. 또한 그는 전기의자를 두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죽음은 홀로 맞이하는 관문인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누구도 대신하거나 함께할 수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도록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불가능한 일을 형상화해 역설적으로 절실함을 나타내는 장치로 읽힌다. 그만큼 죽음을 앞둔 사람의 고독과 공포를 극단으로 몰고간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가 전기의자를 종이로 만든 것이다. 종이의자를 그는 의자의 유령이라고 표현한다. 종이의자는 앉으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다. 의자로 기능할 수 없다.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 자체를 거부하는 듯, 그는 전기의자를 쉽게 부숴지게 만들었다.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만들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끝내 그는 마지막까지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고 고백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 소설에는 난해한 상징이 많아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심사위원은 호평을 내놨다.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인 신수정 평론가는 "암에 걸린 이야기가 가슴을 치는 점이 있었다. 끝내고 싶다는 대목에서 공감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196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최옥정은 건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어 교사로 일했다. 2001년 계간지 한국소설에서 `기억의 집`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식물의 내부`와 `스물다섯 개의 포옹`, 장편소설 `안녕, 추파춥스 키드` `위험중독자들` `매창` 등을 썼다. 허균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