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제20회 이효석문학상 제1차독회 발표(매경)지상중계

메밀꽃 필 무렵 2019. 7. 22. 16:47



6의 세필로 담아낸 현대인의 자화상


한해 발표된 한국 중·단편소설
예심오른 17편 중 최종 6편 확정

`현대사와 개인사` 각각 펼치며
시대와 세대 아우른 최고 소설
여성 서사 강세·넓은 스펙트럼
`못 보던 표정`에 심사위원 호평

                   

                                                              

                                                               • 김유태 기자 입력 : 2019.07.21 17:33:55  

                                                               • 수정 : 2019.07.21. 20:22:02

 

20회 이효석 문학상 ◆ 
   

  심사위원 오정희 소설가, 구효서 소설가, 윤대녕 소설가, 방민호 문학평론가, 정여울 문학평론가(왼쪽부터).

 

인간을 응시하며 시대와 호흡하고, 이로써 물질과 정신을 사유케 하는 당대 최고 한국 소설을 가리는 2019년 제20회 이효석문학상이 대망의 항해를 시작했다.
한국 근대문학의 효시로 추앙받는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 선생을 추념하고자 2000년 제정되어 `문학과 세계의 가교`
를 자임한 이효석문학상은 올해 완연한 성년(成年)의 스무 돌을 맞으며 힘차게 막을 올렸다.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효석문학재단에서 독보적인 문학 경지에 이른 작품 6편을 최종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온·오프라인 매체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 소설 가운데 각 3~4편씩 총 17편을 예심작으로 추천한 심사위원 5인은 이날 두 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최종심 진출작 6편을 뽑았다.


올해 등단 51주년을 맞은 오정희 소설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인 구효서 소설가(6)와 윤대녕 소설가(4),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제1차 독회를 5가지 키워드로 분류했다.

첫 키워드는 단연 `여성의 강세`. 예심작 17편 가운데 남성 작가 작품은 최종심에 오른 김종광 소설가가 유일했다. 여성 서사의 강세가 갑작스러운 분위기가 아님을 환기하더라도 올해 속도는 가속화됐다. 작년에서는 예심작 15편 중 5편이 남성 작가였고 최종심 진출작 7편 중 2편이 남성 작가 작품이었다. 심사위원장 오정희 소설가는 "삶을 차분하고 예리하게 사유하는 여성 작가의 글쓰기가 돋보였다"고 총평했다.

`다종다양한 세대`는 다음 키워드였다. 김채원 소설가(1946년생)가 현대사의 비극과 개인사의 비명을 함께 적은 자전적 고백을 토로한 가운데 김종광(1971년생정소현(1975년생장은진(1976년생) 소설가가 보다 불온한 세태를 비판하거나 다독이는 소설로 독자와 만났다. 손보미(1980년생) 소설가는 불화와 상처의 개인사를 담은 듯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고, 최종심 진출 작가 중 `막내`인 최은영(1984년생) 소설가는 관계 속에 배태하는 예리한 감정을 포착해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모든 추천작은 각각 우수한 근거를 갖고 있었다"고 헌사했다. 한편 안타깝게도 최종심에선 탈락했으나 예심작 명단엔 올해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신인도 있었다.

  


소설은 `넓은 스펙트럼`을 펼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심사위원이 추천한 예심작 목록엔 겹친 작품이 단 하나도 없었다. 과거 심사에서도 작품이 겹친 적은 없었으나 추천된 작품의 작가가 겹쳐 한 작가의 두세 작품을 두고 어느 작품을 최종심 올릴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적은 있었다. "올해는 추천된 작가과 작품이 전부 달라 세계와 주제의 다양성을 증명했다"고 심사위원 윤대녕 소설가는 강조했다. 최종심 진출작을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1인당 6편 복수 추천) 상위 몇몇 작품에 이른바 몰표(심사위원 5인 중 4표 획득 2)가 쏟아지는 `진풍경`과 추전작임에도 최종심에선 단 한 표도 받지 못하는 `살풍경`이 탁자 위에 펼쳐져(심사위원 5인 중 0표 획득 3) 심사위원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했다. 후보군이 재압축된 데다 심사위원 1인의 이견(異見)이 막판에 전체를 설득해버리는 사례도 다반사여서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치유와 고발`이란 결이 다른 두 정서로 예심작 17편은 갈라졌다. 슬픔과 아픔의 감정을 애도하려는 유무형의 노력이 사건에 깃들기도 했고, 슬픔과 아픔의 원인을 제거하려 인간의 크고 작은 악()을 꼬집는 작품도 다수였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있을진대, 그들에게 닥친 그림자는 빛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부의 어두움이기도 하다. 그 내면을 들여다본 소설들"이라고 심사위원 구효서 소설가는 설명했다. 김채원·손보미·장은진 소설가는 `치유`, 김종광·정소현·최은영 소설가는 `고발`에 가까운 작품이었으나 경계선이 명료할 순 없겠다.

`새로운 표정`에 플래시백을 터뜨리는 듯한 소설은 어김없이 찬사를 받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보다는 낯설지만 충분히 설득 가능한 표정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익숙했던 캐릭터일지라도 전혀 달라진 세태 속에서 새 표정을 가진 군상이 눈에 띄었다"고 털어놨다. 변화와 기대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표정, 그래서 마치 현대인의 자화상에 가까운 모습일수록 호평을 얻었다.


최종심에서 치열한 격론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예의 대상 수상작은 8월 초순 매일경제신문에 발표된다. 대상 수상작 상금은 3000만원이며, 최종심에 진출한 작가 5인에게는 우수작품상과 상금 200만원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97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개최되며, 시상식 전후로 매경출판에서 `20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출간한다. 작품집 표제작을 어느 작가가 차지할지를 두고 심사위원 5인은 `즐거운 한숨`을 짓기 시작했다.

주최 : 매일경제신문사 이효석문학재단
주관 : 이효석문학재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평창군
협찬 : NH농협금융 농협중앙회

  

[김유태 기자][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