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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강원도 봉평 (이효석문학관 앞 뜰에서 오후2시 개최)

메밀꽃 필 무렵 2017. 9. 11. 16:52


"내 문학에 애정을 갖게 해준 큰 賞…정말 열심히 쓸 것"
제18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강원도 봉평서 성대히 열려 대상 강영숙 "너무 행복해" 동료작가 등 100여명 축하        
                                                                                                                                      •  김슬기 기자
                                                       
◆ 이효석 문학상 ◆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의재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강영숙 작가, 이우현 재단 상임이사, 오정희 심사위원장, 심재국 평창군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이영춘 재단 이사,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상무, 곽영승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
[김호영 기자]


강원도의 굽이굽이 굽어진 산허리를 덮은 안개는 봉평에 도착하자마자 거짓말처럼 걷혔다. 봉평 일대는 눈을 두는 곳마다 백설(白雪)처럼 메밀꽃이 만발해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2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학관에서 제18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일주일 동안 백일장을 비롯해 시화전과 문학의 밤과 같은 문학 프로그램이 열린 효석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축제였다.


이날 주인공이 된 강영숙 작가는 "수상 전화를 받고 그간의 어려움이 한번에 날아갔다 싶을 만큼 행복해졌다. 작은딸이 엄마가 변했다고 할 정도다. 수상해 너무 영광스럽다"며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늘 작가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런 자리에 오면 나도 작가구나 싶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봉평에서 대화까지 걷는 프로그램을 김동호 이사장께서 제의하셨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효석 작품에서 우주적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이번 수상이 제 문학이 시작된 토양에 대한 제 나름의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봐요. 정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이효석문학재단이 주최하고 이효석문학재단·이효석문학선양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농협중앙회·NH금융지주·평창군이 후원하는 이효석문학상은 최근 1년간 발표된 모든 장·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단편 '어른의 맛'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강 작가는 1998년 등단한 이후 김유정문학상과 백신애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을 이끄는 중견 작가로 주목받아 왔다.


김의재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은 시상식 시작을 알리는 환영사에서 "올해는 가산 이효석 출생 110주년을 맞는 해라 더 뜻깊다"면서 "이효석문학상은 문화 도시 평창을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장에는 1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강 작가의 이효석문학상 수상을 격려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이효석의 장남과 동창이고 친구인 게 늘 자랑스러웠다. 다시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 봉평에서 대화까지 70길을 밤새도록 걸어봤으면 했다"고 남다른 인연을 밝혔다.


고 이효석 작가의 장남인 이우현 상임이사는 "문학상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단의 바로미터가 되는 많은 소설가를 탄생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아름다운 작품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줬다"고 소감을 말했다.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상무는 "기자로 늘 '육하원칙'을 따지는 글을 보다가, 문학을 읽으며 남다른 감동을 맛봤다"면서 "기자는 관찰을 하는데, 문학은 성찰을 한다는 것을 배웠다. 수상 작가의 앞날을 축복한다"고 축사를 건넸다.


오정희 심사위원장은 "이 비관적인 세계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다른 세대는 하기 힘든 두툼한 이야기를 써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강 작가와 동갑이지만 늘 '언니'라고 부른다는 하성란 소설가가 이날 축사를 했다. "학창 시절부터 강영숙 작가는 늘 후배들에게 탕수육을 사주셨어요. 우리가 늘 허기지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았던 겁니다. 그날부터 강영숙은 모두에게 언니가 됐어요. 언니라 불리면서도 우리 앞에서는 힘들다 말 못하고 울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어른의 맛'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징징대고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언니 아래에서 행복하고 편안했어요. 그가 묵묵하게 계속 써나갈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상식에는 이 밖에도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정홍수와 신수정을 비롯해 소설가 전성태·편혜영·윤성희·표명희 등 동료 작가들도 대거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했다. [평창 =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