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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2019-1-25(금요컬럼) 다음 내리실 역은 ’이효석 역’ 입니다!

메밀꽃 필 무렵 2019. 2. 12. 15:32



            다음 내리실 역은 ’이효석 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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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화(전 관동대 교수)



다음 내리실 역은 이효석 역입니다. 이 안내 방송을 듣는다면 평창에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만나는 기분일 것이다. 나는 KTX 경강선 진부역이 ‘이효석 역’으로 개명되길 희망한다. 가산 이효석! 그의 본적이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196번지’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소프트 파워의 시대이다. 경제력, 군사력이라는 하드파워 시대를 넘어 문화력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태어나 자란 평창군의 문화력은 무엇일까? 용평, 알펜시아 그리고 피닉스 스키장 등의 스포츠 시설은 평창의 자랑이다. 나는 이것에 더하여 인간이 가장 숨쉬기 좋은 공기조건이라 알려진 해발 700지역의‘해피700’도 평창의 매력 중 하나라고 본다. 또한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강원도의 정신적 지주, 월정사 같은 살아있는 불교문화도 분명 우리의 소프트 파워이다. 이런 모든 문화적 자산에 우리 평창 군민이 하나 더 추가할 문화적 힘이 있다. 그것이 곧 ‘이효석’의 문학이다. 『메밀꽃 필 무렵』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그 순수문학의 향기가 아직도 평창군에는 살아 숨쉬고 있다! 작품은 작가가 살아온 경험의 세계에 기반한다. 이효석의 문학세계 또한 그의 고향인 진부, 대화, 봉평, 평창 등의 향토적 분위기에서 탄생한 것이다. 진부가 고향인 나조차도 이효석의 문학 작품하면 『메밀꽃 필 무렵』, 『들』, 『개살구』, 『분녀』, 『산정』등 교과서에 나온 단편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효석 후손들의 노력으로 이효석문학재단에서『이효석 전집 6(2016)』발행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전집에 실린 이효석의 글을 통해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분의 작품이 이렇게 풍부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행이도 봉평면민들이 이효석을 선양하는 사업회를 만들어 가산공원을 조성하고 매년 이 곳에서 메밀꽃을 주제로 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더욱이 이효석 축제는 문광부에 최우수 축제로 지정되기도 하였으니 더욱 발전시켜야 할 평창군민의 자산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진부역을‘이효석 역’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효석은 봉평이나 진부에 한정된 문화적 자산을 넘어 평창군 전체는 물론 인근 시도까지 연결되는 ‘강원문학벨트’의 중심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시절부터 즐겨 간 곳은 청량리와 춘천을 잇는 경춘가도이다. 이 곳에 남이섬 등의 명소가 있는데 춘천시민은 지혜롭게도 경춘선의 한 역을 ‘김유정역’으로 바꾸었다. 얼마나 품격 있고 낭만적인 이름인가! 이처럼 KTX경강선에도 문학인의 이름을 딴 역명이 있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원도는 춘천 김유정역, 원주 박경리 토지 문학관, 봉평과 진부의 이효석 문학빌리지에서 강릉 허균, 허난설헌 소나무공원으로 이어지는 강원문학벨트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관광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강원문학벨트의 중심역은 이효석 역이 되는 것이다. 또한 만약 진부역에서 가까운 곳에 봉평과는 또 다른 규모와 컨텐츠가 담긴‘이효석 빌리지’가 조성된다면 이효석이란 문화자산은 더욱 더 선양될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이효석은 대한민국의 문화 자산이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자랑을 넘어 우리 인류의 커다란 인문학적 자산 이듯, 이효석의 문학세계 또한 남북한이 공유해야 할 민족적 자랑이요, 동아시아 전체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정신문화유산이다.


‘이효석’을 선양하는데 있어 제발 지역이기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서로 협력하여 진부역을 이효석 역으로 바꾸는데 도민전체의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2019.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