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 진출작 ④ 손보미 '끝없는 밤'

메밀꽃 필 무렵 2024. 7. 26. 23:57
문화

[이효석 문학상] 삶과 고통이라는 진자운동에 관한 거대한 은유

김유태 기자 ink@mk.co.kr
입력 :  2024-07-03 17:16:36 수정 :  2024-07-04 09:20:35
 
최종심 진출작
손보미 '끝없는 밤'
현기증 나는 세계에서
침몰할 것 같은 진실 추적
상실과 애도에 관한 미학
 

손보미 작가의 소설 '끝없는 밤'은 통증에 관한 소설이다. 증상은 분명하지만 환부가 불분명한, 육체의 통증이자 정신의 통증이기도 한, 불명확함이 특징인 그런 통증이다. 그런 통증은 누구나의 것이다. 그건 삶 자체의 민낯이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살 때가 많다.

중심인물 '그녀'는 지금 잔물결 위의 개인 요트 위에 앉아 있다. 남편 지인의 요트였고, 승선 인원은 9명. 선주는 요트 내 공간을 굳이 '갤리, 살롱, 컴패니언웨이'라 불렀다. 가죽소파와 천장의 전면 유리창이 화려하게 설치된 요트는 가격이 10억원을 웃돌 것으로 짐작됐다. 요트에 오른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른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순간을 느끼는 중이다.

요트 위에서,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낀다. 누군가가 한마디를 결국 던진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게 정상이에요?"

흔들리는 요트 위에서 '그녀'는 자기 몸의 통증에 얽힌 과거의 한때를 생각한다. 그 통증은 지금도 지속되는 중이었다. '와이존'이라고 부르는, 샅굴부위의 통증이었다.

난소의 통증인지 자궁의 통증인지 불명확했는데, 산부인과를 들락거려도 원인이 모호했다. 이 통증은 어디서, 또 왜 시작된 걸까.

이제 세상을 떠난 강아지 '공기' 때문에? 혹은 그녀 표현대로 '오염된' 음식을 먹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가 한때 상실했던 한 사람 때문에?

다시 요트 위의 풍경. 평정심을 잃게 만들 만큼의 파도가 들이치며 사람들은 서서히 얼굴빛이 변해간다. "괜찮을 거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란 말과 달리, 사람들도 '패닉'에 빠져간다.

급기야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려 노력하고 있다. 아무런 감정도 새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배가 아니라 '물 위'에 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과 돌풍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통증이 왜 시작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녀가 진실에 다다랐을 때, 난파선에서 떨어져나간 부유물처럼 떠도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돌풍이 몰아칠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진실에 가닿았다고 믿었었다. 허위의 가면을 집어던짐으로써 진짜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랬었나? 아니다. 진짜 자유를 얻었다는 그 믿음이야말로 허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니다. 가면을 집어던지는 바로 그 행위 자체가 허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삶과 고통이라는 진자운동에 관한 거대한 은유다.

심사위원 전성태 소설가는 "여러모로 좋았던 소설이다. 손보미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가 굉장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데 '끝없는 밤'은 한 사람의 내면을 통증으로 인식하고 관념화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고, 박인성 평론가는 "손보미 작가의 형식적 완미함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끊어지고 침몰할 것 같은 진실을 현기증 나는 세계 안에서 끈기 있게 추적하는 방식"이라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