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문학상] 퇴사한 동료 오스틴은 왜 '키 크는 수술'을 받았을까
서장원 '리틀 프라이드'
사지연장술 선택한 동료
트랜스젠더 남성인 화자
정체성 인정과 불안 다뤄
그 회사에서 '오스틴'을 모르면 '간첩'이었다. 신장이 꽤 작은 편인 동료 오스틴은 마치 유쾌한 코미디언처럼 행동했다.
오스틴은 성공적인 사내 유튜버였다. 그는 '외모가 멋지지 못한 남자가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주목받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 직위나 직함 대신 영문 이름을 별칭으로 사용했던 그 회사에서, 화자인 '토미'는 오스틴과 자주 대화했다. 어느 날, 다소 억울해 보이는 사건을 겪고 사직서를 냈던 오스틴이 토미에게 연락해 "지금 병원에 있다"며 소소한 부탁을 한다. 병원을 찾아가 보니 오스틴이 받은 수술은 '사지연장술'이었다. 이른바 '키 크는 수술' 말이다.
그런데, 오스틴이 토미에게 슬쩍 자기 속내를 말한다. 토미('나')가 '트랜스젠더 남성'인 걸 알고 있었다고.
올해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서장원 작가의 단편소설 '리틀 프라이드'는 이 시대의 자기 정체성, 나아가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불안에 관한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왜 그런가. 오스틴은 '큰 키'로 외모를 바꿔 '새출발'을 하려고 했고, 토미는 남성으로 성을 전환했다. 두 사람이 큰 수술을 감행한 심리의 기저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타자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마음이 공통적으로 깃들어 있다.
그러나 둘의 '수술'은 전혀 다른 층위다. 큰 키를 얻는 일과 성별을 바꾸는 일은 동질적일 수 없으므로. 오스틴은 토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전우(戰友)'로 일컫지만, 두 수술의 의미는 상이하므로 토미는 오스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서글서글해보이는 오스틴의 심리 기저에서 타자에 대한 강한 혐오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스틴은 페미니스트 혐오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토미 앞에서 툭툭 내뱉는다. 가령 이런 대목.
"딱 보면 알죠. 딱 봐도… 페미 같잖아요. 페미니까 차인 거죠."
본인이 사지연장술을 받는 이유에 대해 토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좋은 여자도 만나고요. 페미가 아닌 좋은 여자."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부든 전체든 자기를 연출한다. 그것은 모든 '나'의 본래적 모습으로부터 확대재생산된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저 '변화'를 경험했다고 해서 변화의 모든 이유가 동질적이진 않다. 오스틴이 토미에게 갖는 '전우'라는 감정은 자기식대로 해석한 편견의 결과다. 더구나 오스틴은 자신의 어떤 부분(저신장)을 '부정'하고 싶었음에도 그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오류(페미니스트 포비아)를 범하고 있다. 소설 '리틀 프라이드'의 여러 성취 중 하나는 인물의 관계망을 통해 그 예리한 문제를 지적한다는 점일 것이다.
심사위원 정이현 소설가는 "이 시대의 젠더성과 차이(들)에 관해, '리틀'의 의미에 관해 뜨거운 질문을 촉박하는 흥미로운 문제작"이라고, 이지은 문학평론가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전면화하는 방식을 취한 소설이다. 사회적 젠더와 생물학적 젠더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프라이드'를 고민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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