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 이효석(1907~1942) 선생의 대표작으로, 장돌뱅이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메밀꽃 필 무렵(When Buckwheat Flowers Bloom)’이 10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한국 단편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이 작품을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노르웨이어, 독일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 다국어로 번역해 한 권의 책에 모아 놓은 것. 10개 국어 번역본을 묶어 단행본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적 색채와 정서가 짙게 드리운 이효석의 작품 중에서도 백미(白眉)로 불리는 이 작품이 품고 있는 ‘평창’이라는 지역성과 풍토성이 나라별로 어떻게 묘사됐는지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학번역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회적이고 종교·문화적인 고려를 통해 우리말 특유의 번역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준다.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쓸쓸하고 더운 햇살이…등줄기를 훅훅 볶는다”는 특유의 표현이 영작을 통해 “뜨겁고 강렬한 햇살이(The sweltering and intense heat from the sun's rays)…등에 떨어졌다(fell on the backs)”로, 일작을 통해 “뜨거운 햇살이 하염없이 등을 지질 뿐이었다(熱い陽あしがはすかいに背中を培るばかりだった)”로 바뀌는 식이다. 그렇다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은 어떤식으로 번역하고 있을까. 이처럼 각 나라의 언어에서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찾아보면서 글을 읽으면 ‘메밀꽃 필무렵’이 지닌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효석 선생의 장남인 이우현(사)이효석문학재단 이사는 책 서문에서 “비평가들에 의해 희귀하고 드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묘사한 것은 물론 고향과 주변 마을의 풍부한 지역적 색채를 담아냈다”며 “그의 작품은 현대성을 잘 반영하고 미학적 시간과 공간을 창조했다”고 밝혔다. 이효석문학재단 刊. 183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