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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 진출작 ⑥ 최진영 '차고 뜨거운'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벗어나려 애쓰는 딸 엄마의 상처 대물림 끊고 다른 삶을 다짐하는 딸 "냉혹하고 모질어서 시원한 문장들로 가득“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9 17:02:51 수정 : 2021.07.29 18:13:15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어른이 되려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세계의 이름은 부모다. 어릴 땐 든든한 품에서 보호받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온한 집은 독립을 가로막는 감옥이 된다. 눈물을 머금고 투쟁하며 부모라는 알을 깨고 나올 때 아이는 비로소 성장한다. 최진영 '차고 뜨거운'은 뜨거운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차가운 머리로 엄마로부터 벗어나는 한 인간을 그린다. 엄마는 딸인 '나'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최종 형태는 폭력이..

이효석문학상 2021.07.30

최종심 진출작 ⑤ 이서수 '미조의 시대'

성인 웹툰 그리는 여성 노동자의 비애 구로, G밸리로 바뀌었지만 노동자의 소외된 삶은 여전 K웹툰에 가려진 노동착취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 이향휘 기자 입력 : 2021.07.28 17:06:08 수정 : 2021.07.28 17:11:54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5000만원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겠다고?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를 낀 반전세도 아니다. 간신히 낙성대 6평짜리 원룸을 보러 갔지만 창문만 열어도 행인들 발에 차일 것 같은 반지하다. 때마침 옆방에서 환기 장치를 타고 들어온 감자조림 냄새에 기분만 잡치고 돌아온다. 이 소설의 화자인 '미조'는 가난해도 너무 가난해서 서울에서 쫓겨날 위기다. 잦은 이직과 퇴사로 취직도 쉽지 않다. 최근 경..

이효석문학상 2021.07.29

최종심 진출작 ④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

엄마도 아내도 아닌 오로지 '나'로 존재한다 남달랐던 1933년생 최유정 주체적인 삶 모습 보여줘 "인생 다룬 성숙한 소설“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7 17:05:45 수정 : 2021.07.27 19:07:39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이전 세대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가졌던 적이 드물었다. 누구 엄마, 어디 댁, 누구 아내 등 타인과 관계 속에서 정의되곤 했다.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여든두 살의 여성 '최유정'을, 그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 그대로 소리 내어 불러준다. 개인으로 호명된 유정의 오색찬란한 삶은 꽃으로 피어나 독자에게 가닿는다. 1933년생 최유정은 젊은 시절부터 남달랐다. 희생과 자애라는 동시대 여성의 덕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이효석문학상 2021.07.28

최종심 진출작 ③ 박솔뫼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어긋난대로 살아가는 존재들…어려운데도 묘하게 끌리네 감정에 확신 못하는 주인공 체념에 익숙, 매달리지 않아 기존 문법·서사 전복시켜 이향휘 기자 입력 : 2021.07.26 17:08:19 수정 : 2021.07.26 17:57:59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주인공 '서원이'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콧물까지 흘때도 있다. 소설도 콧물에서 시작한다. 추울 때 코에서 나오는 물이 얼굴을 차갑게 하는 어느 겨울날, 반팔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 그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준다. '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천사는 천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서원이는 생각한다. 코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다가 작년 여름부터 일어났던 일을 되짚는다. 서원이는 두 번이나 결혼한 전력이 있는 나이 많은 기정이에게 사랑을 달라고 했다. 소설..

이효석문학상 2021.07.27

최종심 진출작 ②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우리 삶의 일부분 장애인·성소수자인 주인공 거절 당해도 사랑하며 베풀어 이기적인 현세태에 희망 제시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5 16:10:46 수정 : 2021.07.25 16:21:44 최종심 진출작 ②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살면서 종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만날 때가 있다. 간이라도 내어줄 듯이 늘 베풀기만 해서, 적당히 위선적이고 적당히 계산적인 요즘 사회엔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말이다. 표준적인 현대 한국인인 우린 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그들처럼 되거나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건 망설이곤 한다.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따스한 시선을 건넨다. 주인공 '체'는..

이효석문학상 2021.07.26

최종심 진출작① 김경욱 `타인의 삶`

'줄자'와 '샛길' 사이…아버지와 아들이 만난다 최종심 진출작① 김경욱 `타인의 삶` 재단사 아버지와 소설가 아들 극도로 달랐던 둘의 삶 마지막엔 어느새 닮아있어 이향휘 기자 입력 : 2021.07.22 17:03:57 수정 : 2021.07.22 19:14:31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형은, 네 형은?" 아버지가 귓속에 마지막으로 흘린 유언은 장남인 화자를 혼돈에 빠뜨린다. 가족 모르게 숨겨둔 형이 있었던가, 아니면 남동생과 나를 착각한 것인가. 양복장이였던 아버지는 "목에 걸치고 있던 줄자처럼 정확한 삶"을 산 분이었다. 흐트러진 신발 한 짝도 견디지 못하는 깐깐하고 꼿꼿한 인생. "샛길 하나 없이 곧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엄청난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일까. 화자는 소설가답게 추리와 ..

이효석문학상 2021.07.23

2021년 제22회 이효석문학상

코로나·부동산·젠더…개인의 삶 파고든 시대의 고통 인간관계·내면 깊은 성찰 여성서사도 여전히 강세 예심통과 단편소설 16편중 타인의 삶` 등 6편 압축 작가 20~70대까지 다양 대상 3000만원…8월 발표 9월 평창서 시상식 개최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07.22 17:04:48 수정 : 2021.07.22 21:40:58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문학은 더욱 호출된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공동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독자는 존재와 세계에 대한 문학의 고민과 성찰을 들여다보며 그 실마리를 찾곤 한다. 한국문학의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들을 가리켜 온 이효석문학상이 올해 스물 두 번째 등댓불을 밝힌다. 한 해 동안 경이로운..

이효석문학상 2021.07.23

윤고은, 최고권위 `CWA 대거상` 수상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英대표 추리문학상 최고권위 `CWA 대거상` 수상 "내 작품 다시 보는 계기 됐다 ● 서정원 기자 ● 입력 : 2021.07.02 17:28:06 수정 : 2021.07.02 18:12:10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쓴 건 아닙니다. 그저 '윤고은의 세계'를 쓴 것이죠.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제 이름이 들릴 때 심장이 떨어질 뻔했네요." 1일(현지시간) 소설가 윤고은(사진)의 장편 '밤의 여행자들' 영역본이 대거상(賞) 번역 추리소설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시상하는 대거상은 전 세계 추리문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미국의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이름을 따서 만든 '에드거상'과 쌍벽을 이룬다. 윤 작가는 이날 매일경..